<경력관리 관점의 직업선택 과정>
이번 호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경력관리 관점의 직업선택 과정’ 제3단계인 ‘생애계획 수립’의 단계이다. 1단계인 자기이해 단계에서 내가 가진 직업적 강점을 파악하고, 2단계인 직업정보 수립 단계에서 그러한 강점들을 잘 살릴 수 있는 직업을 찾아내었다면, 이제 그 직업에 도전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갖춰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로 이행할 차례이다.
그런데 이러한 목표와 계획이 당장 취업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추어져서는 곤란하다. ‘취업 목표 수립’과 ‘취업준비계획 수립’은 자신과 직업세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보다 중장기적인 ‘경력목표 수립’과 ‘경력개발계획 수립’의 토대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중장기적인 경력설계(Career Planning)의 필요성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적 변화에 의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령화 추세가 세계 최고 속도인 우리나라에서는 50대나 60대 초에 은퇴해서 연금만으로 생활하기란 지금도 쉽지 않은 상황이며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의 재정 구조 등으로 볼 때 앞으로는 더욱 기대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은퇴를 뒤로 미루고 일하는 시기를 연장하려는 노력이 이미 우리나라 50대와 60대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고 급속히 변모해가는 직업세계와 고용환경 속에서 30대와 40대 직장인들은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고 ‘이후의 직업’(Next Job)을 준비하기 위해 퇴근 후와 주말 여가시간에도 자기계발에 몰두하고 있다.
요약하면, 지금의 직업환경은 가능하다면 20년에서 30년 후, 적어도 5년에서 10년 후를 항상 내다보면서 일하고 준비해야만 성공적인 직업생활을 해나갈 수 있는 상황이다. 옷을 입을 때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하듯이 짧게는 30년에서 길게는 50년까지 해나가야 할 직업생활에 있어서도 졸업 후 첫 직업을 선택하는 시기에서부터 다음 단계와 그 다음 단계까지 생각하고 목표와 계획을 수립하는 중장기적인 경력설계가 요구되는 것이다.
또한 중장기적인 경력설계는 보다 포괄적인 생애설계(Life Planning)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에게 소중한 가치들을 가지고 있다. 가족, 친구, 건강(육체적/정신적), 돈(경제적 여유), 취미(여가선용), 믿음(종교/철학) 등이 그것이다. ‘직업(일에 대한 만족과 성공)’은 그러한 소중한 가치들 가운데 ‘하나’이며, 다른 가치들과 여러 가지 방식으로 결합되고 조화되어 한 사람의 삶을 구성한다.
“가족들 먹여 살리려고 20년 넘게 매일같이 야근하고 주말도 없이 뼈빠지게 일했는데, 회사에서는 그만 나가라고 하고, 가족들은 차가운 눈으로 대하고, 마음 터놓을 친구 한사람 남지 않았다.” 이렇게 한탄하는 50대 퇴직자를 볼 때, 우리는 올바른 경력관리란 인생의 여러 가지 가치들 각각의 목표와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체계적으로 설정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제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20대 중반의 나이에는 취업과 직장생활의 적응이 인생에서 당면한 가장 큰 과제일 것이다. 직장과 직업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나면, 다음에는 결혼이라는 과제가 다가올 것이고, 결혼 후에는 당연하게 육아의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가정을 이루어나가고 풍요로운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소득과 소비 수준에 맞는 현명한 재테크 방법의 궁리와 선택도 필수적이다. 숨가쁜 사회생활 속에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폐해지지 않으려면 건강관리와 함께 나에게 맞는 취미 한두 가지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이처럼 삶의 여러 가지 중요한 가치들에 대해 단기(5년 전후), 중기(10년 전후), 장기(20년∼30년) 목표들을 설정하고 그 목표 달성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생애설계이다. 생애설계를 할 때에는 장기 목표와 계획을 먼저 수립하고 중기-단기로 내려오는 방법과, 단기 목표와 계획을 먼저 수립하고 중기-장기로 올라가는 방법이 있다. 전자의 방법, 즉 [장기→중기→단기]의 순으로 생애설계를 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지만, 20대의 나이에 50대나 60대의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기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각각의 가치들의 목표를 수립할 때에는 그 목표들을 달성했을 때 스스로 얼마나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을지 즐겁게 상상하는 한편, 어느 정도 달성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신중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한 실행계획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그러한 달성 가능성을 점검할 수 있을 것이다.
각 가치들에 대한 목표와 계획은 각 가치 하나하나에 대해 경력계획, 가족계획, 재테크계획 등으로 세분화된다. 재테크를 올바르게 하기 위해 많은 정보 수집과 노력이 필요한 것처럼, 경력계획이나 가족계획, 건강계획 등을 수립하는 데에도 정보와 노력이 요구된다. 또한 재테크계획이 그 사람의 재정상태(수입/지출/부채 등)와 재정목표에 따라 차별화되듯, 다른 가치의 계획들도 자신의 현재 상태와 미래 목표 및 가치관 등을 꼼꼼히 따져가며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가치들 각각의 목표와 계획 설정은 다른 가치들과의 조화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계획 실행을 위한 월간/주간 계획표를 세밀하게 작성해보는 것도 가치들의 조화에 도움이 된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은 월 30일 내외, 주 7일, 하루 24시간이다. 제한된 시간을 나의 가치들의 중요성에 따라 배정하는 과정 속에서, 어느 한 가치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다른 소중한 가치를 잃어버리는 잘못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생애 목표의 설정과 그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의 수립은 ‘나’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가치관 정립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어떤 중요한 것을 선택하고 결정할 때에는 ‘why'→'what'→'how'의 순서를 지켜야 한다. ’나는 어떤 향기의 삶을 살고자 하는가‘에 대한 가치관부터 먼저 정립하고, 그러한 삶에서 이루고자 하는 구체적인 목표들을 설정한 다음에, 그 목표의 달성 방법들을 생각하고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윤 석 주 (주)스카우트 선임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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