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 정모씨(28)는 최근 취직 업종 전환을 심각하게 고려중이다. 신정부가 들어서면 공무원 감축이 대대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추측 때문. 정씨는 “올해 시험에서 실패하면 민간기업 쪽에 본격적으로 도전해볼 생각”이라 말했다. 정씨는 “민간기업은 적성검사와 영어 프레젠테이션 등 공무원 시험과는 차이가 있어 완전히 새로 준비를 할 생각을 하니 걱정이 앞선다”고 덧붙였다.
과거 서류전형과 면접, 대규모 공채로 대변되던 취업시장은 최근 면접과 인적성검사 강화, 수시채용 등 변화의 속도가 가파르다.
올 상반기에도 이런 변화의 경향은 뚜렷하다. 그만큼 취업 준비생들은 혼란스러운 게 사실.
황선길 잡코리아 본부장은 “올 상반기 취업시장은 기업이나 구직자 모두 뚜렷한 방향 설정이 어렵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매경이코노미는 주요 기업 인사담당자들과 취업전문가를 통해 상반기 취업 트렌드를 알아봤다.
트렌드1. 인·적성 검사 강화
상반기 취업 트렌드에 대해 기업체 인사담당자 10명(명단 참조) 중 8명이 인적성검사를 꼽았다. 외국어 회화 능력(2명), 인턴경험·경력(2명) 등을 감안하면 일선 기업에서 인성과 적성을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알 수 있다.
오영민 연세대 취업진로지원팀 컨설턴트는 “인사담당자들을 만나보면 인성검사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며 “조직적합도검사 등을 통해 지원자의 생각이 회사 비전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살펴보고 조직에서 잘 일할 사람을 뽑으려 한다”고 밝혔다.
과거 인적성검사는 별도의 준비가 필요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은 사정이 다르다. 인적성검사의 경우에도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무를 선택하고, 미리 준비를 할 필요성이 생겨났다.
한 기업체 인사담당자는 “적성검사의 경우 아이큐 테스트 같은 느낌을 주는데 자신이 지원하려는 기업의 문제 스타일을 미리 파악해 놓으면 도움이 된다”면서 “인성검사의 경우에도 집중력을 갖고 풀어야 하며, 거짓말은 금물”이라고 밝혔다. 단순한 질문 같아도 여러 패턴을 통해 응시자의 기질과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 거짓 답변 또한 구별이 가능하다.
인적성검사 강화에 대비하기 위해 취업 준비자들은 먼저 지원하려는 분야와 직무를 확정해야 한다. 취업하려는 기업이나 직무에 따라 준비 요건이 달라지기 때문. 김은숙 (주)스카우트 선임컨설턴트는 “사전 정보 수집을 통해 지원하려는 분야에 대한 능력과 기술을 쌓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트렌드2. 영어면접·프레젠테이션은 필수 코스
인적성검사가 일차 관문이라면 채용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은 면접이다. 인사담당자 10명 모두 면접을 가장 중요한 단계로 꼽았다.
김은숙 선임컨설턴트는 “지원자의 논리성과 창의성 등을 살피기 위해 프레젠테이션, 토론, 합숙 등 다양한 방식의 면접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식 한화건설 인력팀장은 “필기시험이나 서류전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면서 “면접전형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 계열사의 경우에도 심층 면접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는 게 이 팀장의 설명이다.
면접에 잘 대비하기 위해선 자기소개서 작성이 중요하다. 면접관들이 자기소개서 등을 읽고 질문을 하거나 평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
자기소개서 항목 중 면접관들이 중요시하는 것은 크게 3가지. 입사 후 포부(8명)와 지원동기(3명), 성장과정과 환경(3명) 등으로 나타났다. 과거보다는 현재나 미래에 어떻게 해나갈지가 더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준다.
황선길 본부장은 “면접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나 프레젠테이션 등을 중요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능력을 키우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본부장은 다양한 분야의 독서와 신문을 정독하는 습관 등을 대비 방법으로 추천했다.
글로벌 시대에 발맞춰 외국어 능력 또한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말하기 능력이 강조되는 만큼 OPIc(오픽)이나 토익스피킹 같은 공신력 있는 시험 성적을 받아두는 게 도움이 된다.
김은숙 선임컨설턴트는 “토익이나 토플 같은 필기 영어시험의 점수를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회화 능력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외국어 회화 능력의 경우, 단기간에 실력을 끌어올리기 힘들기 때문에 차근차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프레젠테이션 면접과 영어 면접의 경우, 준비를 혼자 하는 것보다는 친구들과 스터디그룹을 만드는 게 유효하다. 같이 연습을 하면 실전에 도움이 된다.
트렌드3. 경험을 드러내라
“최근 IT 기업에서 창의적 발상을 보인 UCC 이력서로 당당히 입사한 사례가 있다. 직종에 따른 신뢰감이나 창의성을 보인 때문이다.” 안현희 잡코리아 컨설팅본부 이사의 말이다.
최근 취업 트렌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지원하려는 분야나 기업에서의 전문성을 보이는 것이다. 직무에 요구하는 자격증이나 인턴경력, 공모전 등 경험을 쌓아야 하는 이유다.
허광영 선임컨설턴트는 “기업들의 동향이 실무형 인재와 경력직을 선호하기 때문에 구직자들은 지원 분야에 따라 경험을 쌓거나 관련된 경험을 입사지원 시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마케팅 지원자라면 시장조사나 설문지 작성, 신제품 홍보와 같은 마케팅 관련 인턴을 해보는 게 유리하다.
이력서 작성에도 경험을 강조하는 게 좋다. 김은숙 선임컨설턴트는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내용보다 자신의 경험에 대한 항목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상반기 인턴 채용의 경우 2009년 졸업자를 대상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해놓아야 한다. 외국계 기업의 경우 상반기 인턴 제도를 많이 활용하기 때문에 관심있는 구직자들은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취업전문가들은 조언한다.
【 인터뷰 / 이윤식 한화건설 인력팀장 】
◆ 입사 후 조직적응력 고려
= 한화건설은 올 상반기에 신입 100여명, 경력 200여명 정도로 채용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2008년은 ‘해외사업 진출’의 원년이 되는 해로, 본격적인 해외현장 개설과 해외사업 수주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이 같은 채용 인원 계획을 세우게 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Q> 신입사원 채용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점은.
가장 중요한 것은 지원자의 자세와 역량이라 생각한다.
그룹의 기업문화인 신용과 의리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도전하는 열정적인 자세와 업무 전문성 및 국제적인 감각과 능력을 갖춘 지원자를 찾고 있다.
특히 한화건설의 중장기 발전동력이 될 ‘해외 시장 개척’을 주도할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인재를 확보하고자 한다.
Q> 요즘 취업 지원자들의 특성을 평가한다면.
예전에 비해 최근 취업 지원자들은 높은 학업성적과 어학점수를 갖추고 있으며 IT 운용 기술도 뛰어나다. 그러나 실제 업무 시 그것을 응용하는 능력과 외국어 회화능력에서는 미비한 부분들이 보인다. 또한 무엇보다 취업 후 회사생활에 필요한 조직 적응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다.
Q> 구직자들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최근 극심한 구직난 속에서 자신의 적성을 고려하지 않은 취업 자체를 위한 구직활동을 하는 지원자들이 많다.
소위 ‘묻지마 지원’이다.
그러나 구직자가 회사를 선택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그 회사의 비전과 회사와 본인 간의 적합도라고 생각한다. 먼저 자신의 관심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와 업종을 선정하고, 해당 기업의 비전과 문화에 대한 철저한 조사 후에 지원해야 구직에도 성공할 수 있다.
Q> 구직난이 갈수록 심해지는데 취업 준비생에게 한마디 조언을 한다면.
최근 기업들의 채용 트렌드를 살펴보면 서류전형이나 필기시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감소하고 있는 데 반해, 면접전형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한화건설 역시 지원자의 실제 핵심역량을 측정할 수 있는 개인별 심층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Q> 상반기 채용이 하반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상·하반기 채용에 있어 큰 차이점은 없다.
다만 일반 대기업그룹 공채와는 달리 연중 1회만 채용전형을 가지는 기업이 상당수 있으니,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은 관심 있는 기업이나 직종의 채용 일정을 평소에도 자주 체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병수 기자 / 김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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