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 각각 1년씩 보장 불구
경력 단절로 뒤쳐질까봐 사용 꺼려
권리행사 뒷받침할 제도 보완 절실
아침마다 두살배기 아들과 헤어지는 일은 맞벌이 부부에게 처절한 전쟁과 같다. |
|
▲정부, 지난달 22일부터 개선된 육아휴직 제도 실시
정부의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22일부터 자녀 출산시 직장인 아빠도 3일 동안 출산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맞벌이 부부는 육아휴직 대상이 되는 동일한 자녀에 대해 각각 1년씩 육아휴직을 사용 할 수 있다. 또, 단 한 번에 한해 휴직기간을 1회 분할 사용할 수 있다.
특히, 그동안 아이의 육아휴직 제한 연령인 만 1세가 지나면 법정 휴직기간이 남아 있어도 자동 종료됐지만 이 역시 폐지, 3세 이내에 신청 하면 1년을 모두 보장받게 됐다.
예를 들어 2007년 9월1일 출생한 자녀를 둔 엄마가 2008년 5월1일에 육아휴직을 시작했어도 2009년 4월31일까지 1년 동안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기존대로라면 자녀가 태어난 지 1년 이내에 1년의 육아휴직을 사용해야 해 1년이 되는 8월 1일까지만 휴직이 가능하고 나머지는 자동 종료된다.
또 여성의 경우 출산 직후 휴직을 하더라도 산후휴가기간(1개월반) 만큼 휴가가 단축돼 사실상 10개월 반만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배우자 출산휴가는 출산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청구, 사용해야 하며 휴가는 3일 연속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휴직 한 번 분할 사용이란 1년 휴직 기간 중 일부는 육아휴직, 일부는 시간제 육아휴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도다.
시간제 육아휴직(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원하는 근로자는 단축근무 실시 예정일 30일 전 아이의 성명, 생년월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근무 개시예정일과 종료예정일 등을 신청서에 작성, 사업주에게 제출해야 한다. 단축 근로시간은 주당 15시간 이상 30시간미만 이다.
노동부는 이 제도에 따른 사업주의 비용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사업주에게 육아휴직장려금(매월 20만원)과 대체인력채용장려금(매월 20~30만원)을 지원한다.
▲아빠 육아 휴직 신청 받아주지 않을 경우 업체 과태료
지금까지 '직장인 아빠=육아'라는 조합은 어딘가 모르게 어색한데다 필요 없고 또 불가능한 것으로만 여겨졌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아빠들은 앞만 보고 달려와 여유 있게 아이를 바라보는 행복함, 아내를 돕는 즐거움을 전혀 모르는 불행한 삶을 살아 왔다.
하지만 고학력에 능력을 갖춘 여성들이 배출되고 그들이 결혼과 출산 후에도 사회활동을 유지하려는 욕구가 늘어남에 따라 남성 육아에 대한 사회적 관심 또한 증가하고 있다. 거기에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내 집 마련의 꿈을 쉽게 이룰 수 없는 경제 상황도 '직장인 아빠=육아'라는 공식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요인이 됐다.
이번 법 개정에서 가장 눈에 띠는 것이 '아빠의 육아휴직 신청 가능'이다. 즉, 아이가 태어났을 때 아빠도 함께 회사일을 놓고 일정기간 동안 육아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이의 육아에 참여하고픈 아빠들은 엄마와 동일하게 육아휴직 또는 시간제 육아휴직을 사업주에게 신청할 수 있다. 이를 거부한 사업주에게는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사업주는 배우자의 육아휴직 신청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합당한 사유를 근로자에게 서면 통보해야 한다.
▲고용 현실상 휴가 사용 불가능(?)
대한민국 고용 환경에는 눈치 보기가 저변에 깔려있다. 남성은 남성대로 여성은 여성대로 상사를 비롯한 주변 환경, 또 불합리한 회사 방침과 싸워야 하는 숙제를 떠안고 있다. 그 싸움에서 이기는 샐러리맨이 그리 많지 않은게 우리의 서글픈 현실이다. 그야말로 최상의 대우를 받는 상위 10% 정도의 기업에서나 누릴 수 있는 것이 확대된 육아휴직을 비롯한 각종 복지 혜택일 것이다.
보통의 직장인들에게는 1년의 육아휴직이 자신이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로 느껴지지 않는게 현실이다.
가뜩이나 불경기 속에 1년을 과감히 쉴 수 있는 건 사업주의 크나 큰 배려가 있을 때 만이다. 내가 없으면 주변 동료에게 업무가 과중되는 상황은 물론 상사의 눈치, 혹은 인사상 불이익이 걱정 돼 과감히 휴직서를 작성하기가 어렵다.
이런 이유로 정부의 이번 법 개정이 특정 계층만이 누릴 수 있는 실효성 없는 법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제도 안착을 위한 특단의 조치 없는 법 시행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직장인 간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대부분 육아휴직 '언감생심'
실제로 직장인 10 중 8, 9가 육아휴직을 써본 경험이 전혀 없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취업·경력포털 스카우트가 최근 직장인 982명을 대상으로 '육아휴직을 써 본 적이 있는가'라는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89.5%가 '없다'고 응답했다.
가장 많은 응답이 '승진 및 인사상 불이익 때문'(26.6%) 이었고, 이어 '제도를 잘 몰라서'(15.5%), '동료에게 미안하거나 왕따 될까 봐'(13.9%) 등 순이었다.
답변들은 '아이 키우는 것과 회사일은 아무런 상관없다'는 대부분의 회사 분위기를 증명하고 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육아휴직을 쓴 경험이 있는 직장인들조차도 보통 '6개월 이상~12개월 미만'(28.8 %), '2개월 이상~3개월 미만'(28.8%)을 사용, 법정 휴직기간인 1년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꾼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생후 9개월 딸을 가진 직장인 정모(35·여)씨는 "육아휴직이 뭔지도 모르는 상사도 있다"며 "아이가 아파 조퇴해야 할 때도 '죄송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해야 하는 게 직장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또 "법이 확대 된 것은 찬성할 일이지만 그 권리를 떳떳이 행사 할 수 있는 규제도 뒤따라 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박관종 류설아기자 blog.itimes.co.kr/pkj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