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1번만 성공하면 승리하는 게임’
㈜스카우트 조형래 이사
날이 쌀쌀해 지면 미장원에서 하는 말이 있다. “헤어 스타일을 조금 길게 해 드릴까요? 너무 짧으면 추워 보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가을이 오면 머리를 조금 길러볼까 하는 유혹에 빠진다. 그런데 워낙 머리카락이 굵고 빡빡해 머리를 기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한 번 길러보자 했다가도 좀 기르다 보면 지저분해 보여서 미장원에 가면 “그냥 짧게 잘라 주세요” 라고 말하곤 했다. 올해도 너무 짧게 깍지 마세요 라는 미용사의 제안에 머리를 조금 기를 수 있게 다듬기만 했다. 그런데 역시나 조금 더 자라자 너무 지저분해 보이는 것이다. 마음 속에서는 머리를 깍아라, 깍아라 요동을 친다.
그런데 올 가을 일들이 쏟아진다. 토요일, 일요일까지 일들이 넘치다 보니 미장원을 갈 시간을 놓쳤다. 주말을 3번 넘기고 나니 머리가 제법 길었다. 길도 들어서 지저분해 보이지도 않는다. 그리고 길이가 길다 보니 뻗침도 덜 하다. 조금 더 길러서 다듬으면 군인 같아 보인다는 말도 덜 들을 것 같다.
구직활동도 그런 것 같다. 얼마만큼의 견디는 시간들이 필요하다. 취업에 성공한 구직자들에게 이력서 몇 통이나 넣었냐고 물어보면 대체로 약 100통은 넣어 본 것 같다는 말들을 한다. 반대로 이제 막 구직활동을 시작하는 초보 구직자에게 앞으로 이력서 100통은 넣어봐야 취업될 것 같다는 말을 하면 ‘으악’ 하고 놀란다. 그래서 놀라는 그들에게 몇 통이나 넣어볼 생각이었냐고 하면 “한 10통?”하며 웃는다.
11월 중순이면 이제 이력서 30통 정도는 넣어봤고 실패의 쓴 맛도 본만큼 본 시기이다. 그리고 별의 별 생각들이 다 드는 시기다. 문제가 무엇일까? 이력서가 문제인가? 학교가 문제인가? 토익 점수가 부족한가? 등등, 너무나 많은 생각들로 잠도 안 온다.
그리고 함께 드는 또 하나의 생각이 있다. ‘조금 쉬었다 가자’는 생각이다. 이제까지 너무 수고했고 너무 힘들었고 조금만 쉬었다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을 테니 조금만 쉬자는 생각이 승리한다. 그래서 인지 11월 달에는 사람을 뽑고자 하는 회사보다 구직자들의 수가 더 적은 것 같다.
하지만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작은 일에도 견디는 시간이 필요한데 취업의 문제에 견디는 시간이 없겠는가? 지저분한 머리를 참고 견디는 시간과 길이 들 때까지 참는 시간들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을 참아내지 않으면 변화는 없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구직활동도 마찬가지로 쉬는 시간은 쉬는 시간이 아니고 다시 돌아가는 시간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학에 가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보다 짧은 것이 일자리를 구하는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취업’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더 많은 투자를 안 한다. 쉽게 말해 별로 준비 안 하고 덤비는 구직자들이 더 많다는 이야기다.
지금 당장 취업을 하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을 한 번 계산해 보라. 채용공고를 검색하는 시간, 이력서 작성을 하는 시간, 면접 준비를 하는 시간, 네트워킹에 쓰는 시간 등을 모두 계산해 보면 ‘취업이 안 된다고 고민하는 시간’ 보다 아마 짧을 것이다.
나는 취업에 대해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취업은 포기하지 않고 견디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될 때까지 하는 것, 그래서 1번만 성공하면 승리하는 게임이 구직활동이다. 얼마나 쉬운가? 1년 동안만 포기하지 않고 견디면 되는 게임이니 말이다. 대학생이 되면서 머리를 길러보겠다는 생각을 실현하는데 18년이 걸렸다. 지저분한 머리를 2주만 참고 견디면 되는데도 말이다. 그러니 조금만 더 참아보자. 반드시 희망의 빛은 보일 것이다.
조형래 / 취업전문 칼럼니스트(hrcho@scou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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