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십 빛과 그늘
“경험 쌓고 적성 확인할 기회”VS“채용 미끼로 노동력 착취” “채용된다는 일념 하나로 앞다퉈 일을 하려던 인턴들은 결국 헛수고만 한 꼴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이요? 지금으로선 내년 상반기 채용을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함께 탈락한 다른 인턴들과 단체 행동을 하려고도 했어요. 하지만 우리는 약자일 뿐이죠. 잘못 보이면 우리만 손해니까. 자연히 몸을 사리게 되더라고요. 사회에서의 첫 경험이었는데…. 비싼 인생 수업 강의 하나를 들었다고 생각해야죠.”
지방대 출신의 백유경(26)씨는 지금 서울 R업체에서 4개월째 인턴 생활을 하고 있다. 당초 회사는 3개월 뒤 채용 여부가 판가름 난다고 했지만, 결원이 생기지 않자 그녀의 계약 기간을 늘렸다.
“이게 중소기업의 한계인 것 같아요. 이름이 꽤 알려진 중소기업이라 아무 의심 없이 인턴 일을 시작했어요. 근데 몇 달 일해 보니 회사 사정을 어느 정도 알 수 있겠더라고요. 부서 사정상 빈 자리가 나거나 사람이 더 필요하면 그제야 새로 인턴을 뽑는 것이더군요. 인턴을 위한 커리큘럼? 당연히 없죠. 확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 그게 가장 힘들어요.”
H호텔에서 인턴생활을 했던 김계훈(24·남)씨는 지난 인턴 생활이 “끔찍하다”고 했다.
한 달 동안 받는 돈은 35만원 남짓. 매일 9시간 넘게 일하지만, 인턴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최저임금(시급 377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푼돈을 받았다고 했다. “호텔 일을 동경했었습니다. 호텔리어 같은 드라마 속 모습을 생각하며…. 현실은 달라요. 낮은 임금과 고된 노동…. 환상은 다 깨졌습니다. 주방 청소, 그릇 정리, 식재료 나르기 같은 잡일만 하며 보낸 석 달이 너무 허무합니다.”
취업 포털스카우트(www.scout.co.kr)의 조형래 이사는 “인턴십의 목적은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업무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부서에서 사회 경험을 얻는 데 있기 때문에 구직자들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며 “현재 거의 전무라고 할 기업의 인턴사원 교육 프로그램도 좀더 체계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취업 포털사이트 커리어( www.career. co.kr)의 이인희 팀장은 “인턴 생활은 사회 생활을 미리 경험했다는 점에서 남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이 있다”면서도 “싼 값에 노동력만 착취 당하거나 잔심부름이나 하며 시간을 낭비할 수 있기 때문에 선택하기 전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턴십을 ‘취업을 위한 징검다리’ 정도로 생각하고 무작정 지원하고 보자는 식의 구직자들의 의식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 갈수록 치열한 인턴십 경쟁 |
 ▲ 채용설명회를 찾은 학생들이 취업관련 자료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 photo 조선일보 DB 취업 포털사이트 ‘사람인’( www.saramin.co.kr)의 지난 7월 조사에 따르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중 40%가 인턴을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턴십 수료자에게 서류 전형 등 입사 지원 과정에서 가산점을 주거나 근무 성적에 따라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는 기업은 69.8%였다. 정규 직원 채용 때의 지원자보다 인턴 사원의 ‘스펙(specification의 줄임말로 취업에 필요한 요소들을 뜻함)’이 더 뛰어나다는 얘기는 이젠 구문(舊聞)이다.
작년 취업 포털사이트 인크루트( www.incruit.com)가 직장인 1081명을 상대로 조사한 ‘신입 사원의 변화상’ 자료에 따르면, 1998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인턴 등 기업 체험자의 비율이 18.4%에서 25.4%로 늘었다. 광운대가 졸업생을 상대로 실시한 ‘2007 취업률 통계조사’에서는 토익 점수보다 인턴십 경험이 취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턴십 경쟁률은 가히 ‘살인적’이라 할 정도다. 재학생뿐만 아니라 구직에 실패한 ‘취업 재수생’들까지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인턴 모집에는 이러한 현상이 한층 두드러졌다.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에는 9명 모집에 1560명의 지원자가 몰려 173 대 1의 올해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웅진그룹에는 19명 모집에 2881명이 지원, 152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취업 포털사이트 커리어가 올 상반기 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한 32개 주요 기업을 조사한 결과, 평균 경쟁률은 54 대 1로 집계됐다. 10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인 곳은 22%였다.
| 인턴 성공 전략 10계명 |
목적의식을 가져라
다른 사람들이 한다고 해서 따라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 목적의식이 뚜렷한 자는 발휘하는 힘이 강하다.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말이다.
채용 일정을 자주 확인하라
인턴 공고는 보통 방학을 앞두고 나왔지만 요즘은 수시 모집 공고도 많다. 인턴십을 실시하는 회사의 홈페이지를 자주 방문해 일정을 확인해 두자. 학교 취업 정보실이나 취업 포털 사이트 체크도 잊지 말자.
자기소개서 준비는 미리 하라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는 미리 준비해 여유있게 지원하도록 하자. 이력서에는 자신의 장점을 드러낼 수 있는 경험이나 다양한 활동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이력서 등록제를 시행하는 기업에는 미리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적극성을 보여라
기업이 인턴 사원에게 기대하는 것 중 하나가 창의력이다. 인턴 사원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신상품이나 서비스가 나오기도 한다. 창의력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사소한 것도 한 번 더 생각하고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자. 지원하는 기업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파악해서 적극적으로 면접에 응해야 한다.
인턴은 합격 후가 더 중요하다
인턴으로 합격한 뒤에는 실전에 임하는 자세로 일해야 한다. 정식 직원이 된 것처럼 주어진 일뿐 아니라 찾아서 일을 하는 적극성과 성실성이 좋은 점수를 받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자신에게 관대하지 말라
메신저로 얘기하거나 음악을 듣는 등 근무 시간의 딴짓은 금물. 출근 시간과 근무 시간을 칼같이 지키고 업무 외 사적인 일은 가급적 하지 않는다.
성실한 태도로 임하라
인턴 기간 동안의 근무 태도를 평가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비율도 상당히 높다. 적극적이고 성실한 근무 태도로 기존 사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는 것이 좋은 결과를 얻는 지름길이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으로 인정 받자.
인맥의 끈을 만들라
인턴십을 인맥 관리 수단의 하나로 이용하라. 당장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지 못했다 해도 그 끈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사원 추천제로 취업하는 기회가 올 수도 있다.
자기 적성에 맞는지 살펴보라
바라던 직장이었지만 실제로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를 수 있다. 적성에 맞는지 꼼꼼히 체크하자.
적극적 모습을 보여라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일도 잘하면서 기본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인재를 찾고 있다. 밝고 즐거운 분위기로 기업 문화를 만들어 가는 태도가 중요하다.
자료: 취업포털 스카우트(www.scout.co.kr)
김재현 인턴기자·건국대 국문과 4년
김샛별 인턴기자·세종대 신문방송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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