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 이경희 스카우트 컨설턴트
Q1 : 언제부터인가 취업과 관련해서 스펙이란 단어가 아주 익숙해지기 시작했는데요, 정작 취업 을 준비하는 분들에겐 스펙이란 단어가 부담이자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A1 : 얼마 전 스카우트가 구직자 7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구직자의 80%가 이 른바 스펙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응답할 정도로 구직자들에게 스펙은 아주 민감한 문제가 되 고 있습니다.
Q2 : 스펙증후군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면요?
A2 : 스펙증후군은 스펙만 좋으면 반드시 취업에 성공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거나 스펙이 부족해 서 취업에 계속 실패한다고 생각하면서 자책하는 경우. 또, 다른 구직자들보다 더 좋은 스펙 을 얻기 위해 지나치게 애쓰는 현상 등을 말합니다. 실제로 자신이 자격증 중독에 걸린 것 같다고 고백하는 구직자도 있었는데 그 구직자는 금융관련자격증에서 한자관련자격증까지 총 7개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었습니다.
Q3 : 그야말로 스펙인플레이션이라고 할 수 밖에 없겠는데요, 예전에 비해서 구직자들의 학점도 영어점수도, 아주 많이 올랐지요?
A3 : 최근 헤럴드경제의 ＇스펙으로 본 취업‘ 설문조사에서도 스펙인플레이션 현상이 잘 나타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스펙인플레이션의 주범은 영어였습니다. 전체 조사대상 50곳의 92%가 전과 비교해 지원자의 스펙이 많이 오르거나 조금 올랐다고 답을 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어느 분야가 많이 올랐냐는 질문에 34곳과 25곳이 각각 어학성적과 해외연수를 꼽았습니다.
Q4 : 그러고 보면 요즘에는 어학연수가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 된 것 같아요. 예전엔 경제적으 로 넉넉한 형편의 학생들만 갖다온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휴학을 하 던 단 6개월이라도 다녀와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A4 : 어학실력향상을 위해 해외연수를 떠난다고 할 때 대부분이 취업스펙 중 어학 관련분야가 가 장 많이 올랐다고 답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이런 결과는 구직자들이 단기간에 향상 가 능한 계량화된 수치나 경력에 매달려 있다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설 문조사 결과 대학, 기업, 취업 전문가들은 어학성적의 하한선으로 토익점수 기준 700~799 점을 가장 많이 꼽고 있어서 굳이 어학점수만 높을 필요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가장 동떨어진 스펙’ 1위에 어학성적(13곳)이 뽑힌 것을 보더라도 뚜렷한 목적 없이 떠 나는 어학연수나 해외연수는 투자한 것에 비해서는 별로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 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Q5 : 방금 가장 동떨어진 스펙이 어학성적이라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기업인사담당자들이 어학성 적을 가장 업무관련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는 뜻인가요?
A5 :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학력, 학점, 어학성적, 자격증 등 소위 스펙이라고 하는 구직자의 외 적조건 중에서 업무관련 자격증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반면 업무와 가장 동떨어 진 스펙으로는 어학을 첫 번째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Q6 : 정리하자면 스펙인플에이션의 주범은 어학성적인데 정작 기업인사담당자들은 어학성적을 업 무와 가장 동떨어진 스펙이라고 생각한다는 뜻이네요?
A6 : 희망직무와 상관없는 무조건적 스펙높이기의 결과라고 할 수 있는데요, 시간과 노력 그리고 비용은 다 지불하면서도 투자대비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인사담당자들 은 업무관련 자격증을 가장 선호하고 있었는데 특히 증권사를 포함한 금융기관의 경우 10곳 중 7곳이 증권투자상담사, 선물거래상담사, 금융자산관리사 등 금융업무 관련 자격증을 가장 가점 요인이 되는 스펙으로 꼽았습니다.
Q7 : 금융기관은 관련 자격증이 그래도 구체적이지만 일반기업은 또 다를 것 같은데요?
A7 : 20개의 일반기업에서 선호하는 스펙순위는 자격증과 어학성적이 각 12곳으로 공동1위였고, 가장 동떨어진 스펙으로는 어학성적이 1위, 다음으로 봉사활동과 해외연수의 순이었습니다. 일반기업의 경우 어학성적이 선호스펙과 가장 동떨어진 스펙에서 동시에 1위를 한 이유는 채용시점에서 마땅히 어학성적을 대체할 만한 객관적인 평가지표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 고, 동시에 실제 업무에 투입했을 때 어학성적이 업무능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으 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Q8 : 말씀을 듣다보니 어학성적이라는 게 좋은 평가기준이라서가 아니라 대체할 만한 뚜렷한 대 안이 없어서인 것 같은데, 성적이나 어학 외에 정말 다른 대안이 없을까요?
A8 : 기업 인사담당자와 취업 전문가들이 높은 어학성적과 학점 등을 가점 요인으로 꼽으면서도 동시에 업무와 가장 동떨어진 스펙으로도 많이 꼽은 것은 스펙의 한계를 어느 정도 인정하 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 ‘현재 서류전형에서 통용되는 것들 외에 대안이 될 만한 스펙에는 어떤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 결과 다양한 응답들이 나왔는데요, 먼저 대학측에서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취업특강이나 취업프로그램 이수여부를 꼽았고, 취업포털관계자들은 대학과 기업 등의 추천서, 인적성검사결과자료, 지원업종에 따 른 동아리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꼽았습니다.
Q9 : 대학이나 취업포털관계자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실제 구직자를 채용하는 기업의 인사담당자 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가장 궁금한데요?
A9 : 기업 인사 담당자들에게서는 좀 더 구체적인 응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수치로 계량화된 어학성적이나 막연한 해외연수 경험을 대체할 요소로 ‘영어말하기능력’ 또는 ‘어학스피킹능 력’을 많이 꼽았고, 이밖에 다양한 해외업무경험, 고등학교성적, 인적성검사결과, 제2외국어, 봉사나 동아리 활동 등 학과 외로 수행한 활동에 대한 성과기술서 등을 제안했습니다. 그 밖에 상식필답고사 실시를 꼽은 곳도 있었습니다.
Q10 :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스펙은 이렇게 해야한다고 한 가지로 결론을 내리기는 어 려울 것 같네요?
A10 : 그렇긴 합니다만 설문결과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스펙은 입사를 위한 최소 필요 조건에 불과하고 더 중요한 것은 해당 업무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취업이 어렵다보니 좋은 스펙을 가져야 원하는 기업에 갈 수 있다는 인식이 늘고 있지만 기 업이 실제 채용을 진행하면서 반영하는 스펙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지 않고, 기본적인 스 펙만 충족한다면 그 다음은 지원자가 얼마나 기업이나 직종에 잘 맞는가를 평가하게 됩니 다. 무조건 스펙을 올리는 것보다 자신이 원하는 직종에서 중요하게 평가하는 스펙이 무엇 인가를 살피고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Q11 : 스펙에도 어떻게 보면 기업과 구직자간의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대졸초 임에도 기업과 구직자간의 눈높이가 맞지 않아서 취업난을 가중시키고 있다고요?
A11 : 대졸초임 3000만원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떤 분은 너무 낮다, 어떤 분은 그 정도면 적절하다, 또 어떤 분은 더 받아야한다고 생각하시겠죠. 업계에서는 3000만원이 대졸초임의 마지노선이라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 채용공고를 검색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듯이 실제 취업 시장에서 3000만원은 상당히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대졸구직자들 사이에 연봉 3000만 원은 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Q12 : 연봉이라는 게 상대적이고 주관적이어서 3000만원이 일률적으로 높다 낮다 말하기는 어려 울 것 같은데요, 외국과 비교하면 어떤 수준인가요?
A12 : 지난달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소득 수준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대졸 초임은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비교 대상 선진국 중 1인 당 국내총생산(GDP)보다 대졸 신입사원의 임금이 높은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한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2007년 기준으로 1인당 GDP 대비 평균대졸초임은 우리나라가 127.9인 데 반해 미국 94.5, 일본 72.3, 영국 92.2로 나타났습니다. 물가상승을 고려한 지난 10년 (1997~2007년)간 실질 대졸 초임 상승률을 일본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25.9% 상승해 서 일본의 15.2배에 달했는데요, 특히 금융, 보험업의 경우 일본에 비해 50%가 높고 1000 명 이상 대기업 집단군에서도 18.0%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Q13 : 대졸초임이 높다는 것은 단순하게 구직자 입장에서만 본다면 나쁜 상황은 아닌데 구체적으 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요?
A13 :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차이가 크게 나는 가운데 청년구직자의 눈높이가 중소 기업이 아닌 대기업, 금융회사, 공기업 등에 맞춰져 있어서 기업과 구직자 사이에 불일치 즉, 미스매치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고졸자 중 83.8%가 대학(전문대 포함)에 진학하는 현 실에서 청년실업문제의 상당부분은 대기업에 맞춰져있는 구직자의 눈높이와 그에 맞춰줄 수 없는 대다수 기업들의 현실과의 차이 때문에 일어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Q14 : 전체비율로 봤을 때 중소기업의 비중이 훨씬 크다는 것을 생각하면 대졸초임에 대한 시각 의 차이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겠는데요, 그렇다면 구직자분들이 임금과 관련해서 어떤 점 을 고려해야 할까요?
A14 : 취업을 위해 관심기업의 정보를 수집할 때 대졸초임 뿐 아니라 근무기간에 따른 임금상승 률도 확인을 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신입사원의 이탈을 막기 위해 대졸초임을 인상하는 대신 그 이상의 직급에서는 임금을 동결하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인데요, 단순히 초봉이 높 은 기업보다는 자신의 생애주기에 맞게 소득의 흐름을 유지할 수 있는지도 검토해 볼 필요 가 있습니다.
Q15 : 초봉만 많이 주고 그 이후를 감당 못하는 기업은 아닌 지 꼼꼼하게 살펴보셔야겠습니다. 그나저나 경기불황 때문에 기업들이 선호하는 인재상까지 바뀌고 있다고요?
A15 : 최근 경기 불황으로 기업의 인재상도 바뀐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기 업 인사담당자 947명을 대상으로 `불황기를 극복하는 인재상＇에 대해 조사한 결과 `경기 불 황으로 인재상이 바뀌었다＇는 응답자가 61.8%로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Q16 : 예전에 보면 I자형 인재, T자형 인재, 멀티플레이어형 인재 등 다양한 인재상이 시대의 흐 름에 따라 생겨났던 것 같은데요, 이번엔 어떤 인재상이 등장했을까요?
A16 : 불황 속에 선호하는 인재상은 `회사의 수익과 직결되는 영업형 인재＇가 37.3%로 가장 높았 고, 그 뒤로는 `시장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대처하는 순발력형 인재 ` 32.8%, `인턴십 경험 등 실무형 인재＇ 22.7%, `고난과 역경을 끈기와 성실로 인내하는 잡초형 인재＇20.5%, `다양 한 아이디어를 갖춘 끼 있는 인재＇19.5%, `전공지식이 완벽한 전문가형 인재＇18.8%, `신제 품 등 사업구상을 위한 기획형 인재＇4.6% 등이었습니다.
Q17 : 요즘 다른 직종은 채용이 감소해도 영업직종만은 증가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인재상 역시 영업형 인재가 선호되고 있네요. 방금 말씀하신 인재형 외에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녹색성 장’과 관련한 인재상도 있다고요?
A17 :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는 `녹색성장＇을 기업들의 인재상에 반영, 회사를 성장시키 고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인재를 `그린인재＇로 정의하고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947 명 중 기업의 성장을 위해 `그린인재＇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90.3%로 나타났습니다.
Q18 : 그린인재라... 참 재밌는 말인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구분을 해주신다면요?
A17 : 인사담당자가 뽑은 기업의 `그린인재＇로는 `끝없이 에너지를 내뿜는 열정적인 인재상인 태 양광전지형 인재＇가 38.7%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 뒤로는 모든 업무를 알아서 척척 해결하는 로봇형 20.6%, 매연 없는 긍정적 사고를 가진 하이브리드카형 14.9%, 바람이 불 어도 변함 없이 본인의 위치에서 묵묵히 일하는 풍력발전형 13.5%, 폐기물을 에너지로 창 조할 수 있는 에코폐기물형 11.3% 등이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