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막길, 내리막길
"오르막길이건 내리막길이건 '중용' 유지하고 패배심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스카우트 조형래 이사
점심식사 시간이다. 다른 회사 구조조정 이야기로 시끄럽다. "우리 회사는 괜찮을까?", "정말 경기가 내리막길이긴 한가 보다" 등 세상 돌아가는 뒤숭숭한 이야기로 마음이 복잡하다.
요즘 직장인들 사이엔 구조조정 이야기, 연봉 삭감 이야기 등으로 연말 세밑이 밝지만은 않다. 연말 경기를 가늠한다고 하는 캐롤송이 올해 거리에서 사라졌다고 하니 피부로 느껴지는 차가움이다. 그런데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어렵다는 이야기도 들리니 이보다 더 힘들 수도 있는가 싶다.
취업 포탈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지라 '채용 체감지수'는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다. 10월 달부터 하강곡선을 긋기 시작한 채용공고 수는 12월 현재 반까지 떨어졌다. 신입이건 경력직이건 뽑는 회사가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은 듯싶다. 출퇴근 길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사연들은 하나같이 정든 회사를 떠나게 됐다는 것이다. 날도 추운데 마음은 더 춥겠다는 DJ의 멘트 너머 직장 잃은 사람들의 절절한 사연들이 가슴을 에인다.
그러다 보니 현재 직장을 다니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는 DJ의 말에도 심하게 공감하게 된다. 몇 년 동안 일에 있어 계속 오르막길이었다.
오르막길이라서 힘들긴 했어도 올라간다는 기쁨에 힘들 줄 모르고 일을 했다. 몸은 힘들어도 마음만은 하늘을 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전세계적인 경기 동파로 인해 내리막길을 걷게 되니 몸은 편한데 마음은 천근만근이다. 내리막길이라 슬슬 걸어도 되지만 내리막길에 선 마음은 무겁기가 끝이 없다.
그러다 보니 깨닫는 것도 있다. 내가 일하고 있는 이 곳이 얼마나 고마운 곳이었는지 힘들다고 투정했던 내 자신이 얼마나 철부지였는지, 직업이란 내 인생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말이다.
직업이 커리어 컨설턴트다 보니 구직자 앞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참 술술 쉽게 했는데 구직자 입장에서 얼마나 생각했는가 반성하게 된다.
내게는 너무나도 쉬운 일이 내리막길에 있는 구직자에게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힘을 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 이제서야 조금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구직상담이란 더더욱 발은 현장을 딛고 있어야 하며 말은 더욱 조심해야 함을 처음에는 긴장하며 지키려 했는데 오르막길에 있는 때는 그것마저 잊고 살지 않았는가 싶어 마음이 부끄럽다.
살다 보면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고, 웃는 날도 있고 우는 날도 있다. 요즘 같은 때 웃는 낯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있으랴 만은 그냥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교차해서 펼쳐지는 것이 인생이라는 진리만큼은 믿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이 힘든 인생길 무엇 믿고 살아갈 것인가?
그러니 오르막길이건 내리막길이건 내 마음의 중용을 유지하며 자만심에 빠져 세상을 우습게 바라보는 실수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 패배심에 젖어 세상 뒤에 숨어 사는 어리석음에도 빠지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경제는 어렵지만 그래도 세상살이에 대한 지혜 하나 얻었으니 이것은 내리막길에서 얻을 수 있는 귀중한 선물 아닌가? 돌아보라. 어렵지만 세상은 다시 부지런한 손들이 움직여 나갈 것이다. 그 부지런한 손에 내 손을 얹고 같이 움직여야 할 때다. 신문 기사에 오르락 내리락 하는 나쁜 경제 전망들을 듣는다 해도 나 다신 흔들리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해 본다.
조형래 취업전문칼럼니스트 hrcho@scou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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