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 라이프)‘취업대란 시대’ 업무 관련 경력·자격증이 열쇠다
취업대란에서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하는 대학생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의 고민 중 하나는 어떤 '스펙'(학점·외국어·자격증 등 외적 조건)에 우선순위를 두고 취업 준비를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본보는 이 같은 고민에 빠진 학생들을 위해 유명 취업사이트에서 근무하는 취업 컨설턴트 46명을 상대로 구직자에게 요구되는 스펙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이들은 정부와 대학의 실업대책이 갖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최고의 스펙'은 업무 관련 경력과 자격증=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26명(56%)은 취업준비생에게 요구되는 '최고의 스펙'으로 '업무 관련 경력이나 자격증'을 꼽았다. 반면 '학점'이라고 답한 컨설턴트는 4명(9%)에 불과했다.
학점은 '해외연수 경험'에 이어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가장 매력을 덜 느끼는 항목으로 꼽혔다. 이는 대학 교육에 대한 기업들의 불신과 최악의 경기침체로 실무능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이다.
구직 전선을 통과할 수 있는 '학점 하한선'에 대해서는 응답자 대부분이 "3.5점(4.5점 만점 기준) 이하라도 충분하다"고 대답했다. '최소한 3.5점 이상의 높은 학점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 컨설턴트는 1명(2%)에 불과했다.
'국민 시험'이라 일컬어지며 구직자 대부분이 주력하고 있는 토익 역시 마찬가지. '적어도 800점 이상의 고득점이 필요하다'는 대답은 3명(7%)밖에 안 됐다.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최근 들어 기업들이 실무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자격증이나 관련 경력을 높이 사고 있다"며 "학점이나 어학점수 등은 실무능력 평가의 간접지표 역할밖에 할 수 없고, 상대적으로 변별력도 떨어져 입사를 위한 기본 조건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향후 5년 간 취업시장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25명(54%)이 '지금과 비슷할 것'이라고 대답해 불황이 오래갈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취업시장에서 가장 차별이 심한 요소로는 34명(73%)이 '출신학교에 따른 차별'을 꼽았으며, '성별'이나 '나이'에 따른 차별을 꼽은 응답자는 각각 5명(11%), 4명(9%)이었다.
◇"정부·대학의 취업지원 정책은 유명무실"= 컨설턴트들은 정부와 대학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실업자 구하기' 프로그램에 대한 따끔한 비판도 쏟아냈다. 특히 단기적인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정부를 향한 비판이 많았다.
문연경 커리어넷 경력개발연구소 연구원은 "정부가 내놓고 있는 실업 정책은 눈에 보이는 실업률만을 낮추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정부는 일시적으로 실업률을 줄이는 정책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윤주 리크루트 선임컨설턴트는 "숫자로만 표시되는 고용안정지표에 관심을 두기보다 거시적인 관점을 가지고 일자리 창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행정인턴제와 같은 단순사무직을 늘리기보다 의료, 환경에너지, 문화산업 등 다양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이 실무와 동떨어진 교육만을 실시하고 있다는 주장도 잇따랐다. 임민욱 사람인 홍보팀장은 "기업이 신입사원보다 경력사원을 선호하는 이유는 대학에서 배운 것이 업무에 활용되기 힘들기 때문"이라며 "대학은 학생들의 실무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실습기회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진경 스카우트 컨설턴트도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한 뒤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함양해줘야 한다"며 "실무 경험이 많은 강사나 교수를 초빙하는 기회를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한편 대기업 입사만을 고집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황정인 사람인 기획팀장은 "현재의 악화된 고용상황은 대기업만을 선호하는 구직자들의 태도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며 "대기업 못지않은 실력과 복지 혜택을 갖춘 중소기업이 많으며, 이런 곳에 입사할 경우 대기업에 비해 빠르게 업무를 습득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hrefmailtolucidfall@kmib.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