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칼럼] 고용안정을 쫓아가는 젊은 구직자들
4월의 부는 봄바람마냥 구직자들이 안정된 직장 앞에서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물론 흔들리는 마음으로 인해 최종적으로 안정된 직장을 잡을 수만 있다면 당연히 박수를 보낼 것이다. 하지만 실상이 그렇지 못해 답답한 심경이다.
취업상담을 하다 보면 구직자들이 취업에 강한 의지를 보이다가 마음 한 구석에 숨겨둔 각종 시험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공시족(공무원수험생)의 생활을 청산하고 취업을 하겠다고 오는 구직자들도 있고, 반대로 구직활동 중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상담 받기 위해 오는 구직자들도 있다. 아무튼 이들은 위험한 이중생활을 하게 마련이다.
이처럼 구직자들의 마음을 '4월의 봄바람'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경기침체로 인한 미래의 불안에서 출발한다. 미래의 불안을 느끼는 구직자들은 안정된 직장의 채용공고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한번 지원해 보자고 마음먹기 쉽다는 것이다. 그만큼 안정된 일자리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각 기업들의 구조조정 등 경기한파가 지나갈 때 마다 안정된 일자리 찾기에 혈안이 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난 4월 11일 9급과 경찰 공무원을 채용하는 시험에 약 17만 여명이 응시했다고 한다.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들은 교정을 밟아 보기도 전에 노량진의 공무원학원을 먼저 등록한다고 한다.
취업이 어렵다고 하니 많은 졸업생들과 구직자들이 기업 대신 공무원시험으로 일찌감치 선회하고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은 구직자들이 고용안정성만을 생각하며 구직활동을 단념하고 '공무원시험'을 필수로 거쳐야 할 하나의 코스로 인식하여 올인하고 있는 건 아닌지 씁쓸해진다.
전 GE코리아의 이채욱 회장은 그의 저서 '백만불짜리 열정'에서 우리나라 젊은 인재들이 공무원 시험에 올인하는 모습에서 안타까움이 든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시족의 길로 가겠다는 학생에게 "합격되지 않았을 때를 생각해 보았는가?"라는 질문에 "떨어지는 건 생각해 본적이 없다"라며 멋 적은 웃음을 지어 보이는 걸 보면 말이다.
작년에 만났던 A씨는 졸업 후 몇 번 지원해보았던 서류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1년 만 공부해보자 라는 각오로 공시족의 길로 갔다. 본인 스스로 약속한 1년이란 시간을 어기고 2년 동안 준비했지만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결국 어려운 결심 끝에 취업을 하겠다고 찾아왔을 때는 2년이란 공백을 채우지 못한 빈 이력서뿐이었다
어렵게 면접제의가 왔을 때에도 공무원준비를 했다는 대답에 '계속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라는 집요한 질문만 받아야 했다.
A씨는 구직활동 시작 3개월 만에 본인의 적성과 대학생활 동안 틈틈이 해왔던 유통 직에서의 아르바이트 경험을 바탕으로, 한 대형할인점의 스토어매니저로 취업에 성공하게 되었다. 지금도 가끔 안부 차 전화하며 일이 정말 힘들다며 애교 섞인 투정도 부리지만, 밑도 끝도 없이 공무원 시험에만 몰두했던 그때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뉴스에서는 공무원 채용인원 감축이나, 공무원시험의 연령제한 폐지 등과 같은 소식들이 전해져 더욱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다. 물론 고용안정을 우선순위로 생각하여 공무원을 선택하는 것이 잘 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본인의 적성과 능력을 바탕으로 각 산업 현장에서 역량을 나타낼 수 있는 인재들까지 '고용안정' 하나로 공무원 시험 길로 들어선다는 것은 개인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공부는 때가 있다고 하던가, 기업에서 경험할 수 있는 조직생활 역시 때가 있다. 지금 당장은 경기침체의 고용불안이라는 소나기를 잠시 피 할 수 있을지라도 앞으로 올 더 큰 취업 쓰나미에 맥없이 쓸려 갈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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