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취업, 스펙을 넓혀야한다고?
[머니위크]안시우 스카우트 컨설턴트/"면접자는 스펙보다 성실성을 높이 산다"
머니위크 이정흔
‘엄친아’라는 말이 유행이다. 운동도, 외모도, 공부도 뭐든지 잘해서 나와는 비교 대상이 되고 마는 ‘엄마친구의 아들’. 요즘 최고의 엄친아는 뭐니뭐니해도 ‘대학 졸업하자마자 떡 하니 취직한 아들’이다. 취직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으니 “우리 아들은 졸업하자마자 바로 취직 했잖아”라는 말만큼 부모들의 기를 살려주는 뿌듯한 자랑거리가 없는 것이다.
온라인취업사이트 잡코리아가 올해 2월 졸업한 취업 준비생 305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까지의 구직활동을 조사해보니 평균 15번 입사 지원을 해서 단 2곳만 면접 기회를 얻었다. 한차례도 면접 기회를 얻지 못한 경우는 33.3%. 세명 중 한명은 면접 문턱도 밟지 못한 것이다.
취업전문가들은 “취업문이 매우 좁지만 그렇다고 포기하면 안된다"며 "취업문을 뚫을 수 있는 ‘특별한 전략’을 강구해 부모에게 자랑스러운 ‘엄친아’가 되라"고 당부한다.
취업 전문가가 말하는 ‘불황 속 취업 전략’. 취업 포털 사이트 스카우트의 안시우 컨설턴트에게서 들어보았다.
◆불황엔 '사람이 재산이다'
"사실 불황 때는 취업 할 수 있는 인원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보통의 전략으로는 그 좁은 취업문을 뚫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인맥'만한 게 없죠."
컨설턴트의 입에서 '인맥'이라는 말이 서슴없이 나오자 기자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소위 사돈의 팔촌까지 총 동원해야 한다는 '빽(?)'을 말하는 건가 싶어 당황스럽다. 그러자 안 컨설턴트가 손사래를 치며 취업 동아리에서 그가 담당했던 한 학생의 사례를 들려준다.
마케팅 분야에 관심이 많던 대학졸업반 박모씨는 어느 대기업의 경제연구소에서 주최하는 마케팅 포럼에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아직 졸업도 채 하지 않은 대학생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포럼에 참석하는 것부터가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 하지만 용기를 내서 한번 두번 참석하다 보니, 하나 둘씩 마케팅 전문가들과 인사를 나누게 되고 이메일을 주고받을 정도의 친분을 쌓게 됐다.
이메일로 평소 모르는 것을 물어보기도 하고, 현장의 이야기를 주워듣기도 하면서 전문 용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할 만큼 마케팅 분야에 친숙해진 박씨. 이런 박씨의 열정에 반한 선배 중 한명이 자신의 회사에 '사내 추천 제도'를 통해 박씨를 추천하면서 박씨는 높은 경쟁률을 뚫지 않고도 뜻밖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안 컨설턴트는 "인맥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임을 재차 강조한다. 특히나 최근에는 각 회사나 업종마다 취업 커뮤니티가 잘 발달돼 있어, 이 같은 인맥을 만들어 나가기가 예전보다 훨씬 쉬워졌다는 것이 안 컨설턴트의 평가다. 이런 기회를 통해 인간적인 유대관계를 끈끈하게 맺어 놓으면 자신의 열정을 보일 기회 또한 자연스럽게 찾아온다는 설명이다.
만약 특정 기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이들이라면 인터넷에서 간단한 검색어로도 같은 기업에 취직하길 꿈꾸는 이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다. 각종 취업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먼저 취업에 성공한 선배들과도 쉽게 교류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기업에 관심이 많은 지원자들이 모이는 장소인만큼 기업에서도 이를 눈 여겨 보고 채용에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안 컨설턴트는 "단순히 인맥을 이용하겠다는 마음 보다는, 다양한 업계의 사람들과 친분을 맺음으로써 업계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실제 면접에도 도움을 얻는 경우가 많다"며 "여기에 평소에 쌓아 놓은 친분으로 유리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 아니겠냐"고 말했다.
◆'튀는 인재'보다 ‘성실한 인재’ 선호
어느 회사의 면접 현장.
"저는 권투가 취미입니다. 톡톡 튀는 취미만큼이나 열정으로 회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습니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 돈을 모아 어렵게 공부를 마쳤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나이도 많고 경력도 없지만 혼자 힘으로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인사 담당자라면 두 면접자 중에서 누굴 뽑을까. 안시우 컨설턴트의 답은 '튀는 인재'보다 '성실한 인재'다. 특히 지금과 같은 불황이라면 이러한 경향이 더욱 짙어진다고 한다.
"지금 각 기업들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시기적으로 봤을 때 톡톡 튀고 창조적인 인재 보다는 성실하고 끈기 있게 위기를 타개해 나갈 수 있는 인재가 더 필요한 때입니다. 때문에 자기소개서에서도 ‘어려운 일을 잘 극복해 낸 경험’을 자연스럽게 녹여내 강조하는 전략이 중요합니다. 현재 회사의 상황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아무래도 인사담당자의 입장에서는 그런 인재에게 후한 점수를 줄 수밖에 없죠."
그는 “취직해서 성실하게 일하겠다고 말이나 글로 백번 강조하는 것 보다는 한번 보여주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겠냐”며 “면접 준비에서부터 성실함을 보여줄 수 있는 무기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그가 취업 상담을 맡았던 한 학생의 경우를 예로 든다.
오랫동안 H타이어 취직을 목표로 준비해 온 정모씨는 면접을 앞두고 자동차 관련 잡지 1년 치를 독파했다. 타이어와 관련된 부분을 하나하나 꼼꼼히 챙길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업계 현황이나 용어 등을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그러나 정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대학교의 교내 주차장을 돌아다니며 자동차마다 어떤 타이어를 사용하고 있는지 일일이 분석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시장조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경쟁사 분석까지 할 수 있었던 셈이다.
안 컨설턴트는 “사실 엄밀하게 따지고 본다면 이 학생이 면접에서 발표했던 내용은 면접관들 모두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학생이 보여준 것은 다름 아닌 ‘열정’과 ‘성실성’이기 때문에 후한 점수를 얻어 무난하게 합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안 컨설턴트는 “소위 말하는 스펙이나 경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취업에 당당히 성공한 친구들이 적지 않다”며 “공통점은 면접자들을 그 자리에서 감동시킬 만큼 철저하게 몸으로 뛰어 준비하고 인정받은 경우”라고 강조했다.
◇안시우 컨설턴트
스카우트 전임컨설턴트/ 대학사업본부 팀장.
현재 경기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등에서 취업 동아리를 담당하고 있다.
케이블 경제방송의 취업 프로그램 등에 고정 패널로 참여하고 있으며 서울대학교 경력개발센터 초빙 컨설턴트로 일하기도 했다.
최근 경기대 창업 동아리 학생 9명 전원 취업 성공, 이중 7명이 대기업에 취직하며 취업 컨설턴트로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