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에세이]09-06
<이직, 가볍게 생각하지 말자!>
조귀열 _ ㈜스카우트 홍보팀장
신록의 아름다움이 더해지는 6월이다. 그리고 이마에 땀방울도 송송 맺히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즈음이 되면 활짝 핀 봄 꽃이 떨어지고 없듯, 직장인들의 마음도 조금씩 흔들리는 시기이다.
얼마 전 한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런저런 이유로 회사를 옮겨볼 생각인지, 필자에게 고민 상담을 해 왔다. 대기업 수준은 아니지만, 괜찮은 연봉에 복리후생제도도 제법 잘 갖추고 있기에 조금은 당혹스러웠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자신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고 때마침 모기업으로부터 스카우트제의가 있어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이직이라면 얼마든지 축하의 말을 전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다시 잘 생각하라고 조언을 했다.
직장인에게 있어, 연봉수준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존재감’일 것이다. 그 친구가 말하는 ‘존재감’이라는 숙제를 안고 존재감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고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꽃이 되었다.’작가는 자신이 그의 이름을 꽃으로 불러준 것처럼 자신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자신의 이름을 누군가가 불러주길 바라는 마음처럼 아마 그 친구의 심정 또한 그런 것 같았다.
물론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회사에서 중요한 포지션을 맡길 바라며 좋은 평가도 받고 싶어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중요한 사안이나 프로젝트에 함께하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중요하지 않은 일만 잔뜩 받는다며‘푸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기업은 항상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또한 각 부서장은 효과적인 업무성과를 내기 위해 팀
원들과 함께 달려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더욱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려고 한다. 추진력
과 영업력을 겸비한 직원에게는 중요한 신규프로젝트 수주가 주어질 것이며, 차분한 성격에
다가 일을 꼼꼼하게 처리하는 직원에게는 관리업무에 역점을 둘 것이다.
기업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전자도 중요하지만 후자 또한 중요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가 항상 최고의 일감이라는 생각을 한번 가져보길 바란다. 행복이라는 것은 만족함에 있다고 하지 않는가? 작은 아파트에, 소형승용차를 타고 다녀도 행복할 수 있고, 넓은 아파트에 고급승용차를 타도 온갖 근심걱정으로 가득하다면 어찌 행복이겠는가?
오늘 아침에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창문을 열고, 5층 아파트만큼이나 키가 크고 잎이 무성한 몇몇 나무들이 이슬을 잔뜩 먹었는지, 멋진 신록의 장관을 수놓고 있어 나도 모르게 “너무 아름다워서, 아프다”고 중얼거렸다. 이렇게 멋진 나무들과 오랫동안 있지 못하고 머지 않아 이사를 가야 한다는 것이 조금은 아쉬웠다.
직장인들의 이직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입사할 때 오랫동안 함께 하고 싶은 일터라고 생각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다양한 이유로 인해서 회사를 떠나게 된다.
자신의 능력에 비해 연봉이 낮아서 더 좋은 조건으로 떠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존재감을 찾을 수 없어서 떠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회사가 어려워서 떠나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직종에 도전하기 위해 모험을 건 이직도 있을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직장인에게서 ‘이직’은 하나의 성장통(成長痛)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작은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이직의 카드를 꺼내 든다면 다음 직장에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자신의 마인드컨트롤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모든 직장인이 자신의 회사에서 핵심 인재일 수는 없다. 그렇지 못한 직원은 누구나 떠나야 한다면 수없이 많은 기업들은 배가 산으로 가거나, 아예 배조차 만들지 못해 푸른 바다에서의 멋진 항해의 꿈은 허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모처럼 찾아온 지난 5월의 황금연휴를 보내고 다시 일터로 돌아와 있다. 지독한 월요병에 빠지고 있는 요즘 심리학에서 말하는 준거집단(reference group)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준거집단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의 행동에 가장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 집단, 귀속의식을 갖거나, 귀속하기를 희망하는 집단, 일반적인 혹은 특정의 가치, 태도, 행동의 형성에 있어 개인의 비교 점이 되는 개인이나 집단을 의미한다.’라고 적혀 있다.
준거집단의 영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자신의 커리어를 배가 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면 좋은 결실을 가져오겠지만 준거집단과의 비교만으로 회사를 박차고 나오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무조건 이직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좋은 조건에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주고 평소 자신의 준거집단과 많이 일치한다면 마땅히 떠나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소소한 감정들로 인해 회사를 옮기지 말라는 것이다.
취업시장에서도 지나친 이직은 높은 스펙의 소유자로 평가하기 보다는 인내심이 부족한 사람으로 오인하기가 싶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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