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우 평판조회(MBN 라디오)
Q1. 오늘은 어떤 주제에 대해서 말씀을 해주실건가요?
네, 요즘 기업들이 많이 하고 있는 평판조회에 대해서 말씀을 드릴까 합니다.
Q2. 평판조회는 말은 많이 들어봤는데요. 괜히 뒷조사 같은 느낌도 들구요. 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말씀을 해주시죠.
‘평판 조회’는 채용시 발생하는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한 인사검증 시스템 중 하나인데요. 문서화된 평판 조회서를 받거나 믿을 만한 사람에게 구두로 묻고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신입 사원 같은 경우는 인턴으로 채용한 뒤 몇 개월간 업무 능력이나 인성, 태도 등을 검증한 후에 정직원으로 채용하는데, 경력직의 경우는 그러기가 쉽지 않습니다. 회사에서는 업무 능력 이외의 지원자에 대해 알아보기 평판 조회를 실시합니다. 최근 ‘평판 관리’가 커리어 계발의 주요 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Q3. 실제로 기업들이 평판조회를 어느 정도나 하나요?
온라인 취업 사이트 사람인이 기업 인사담당자 4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인사담당자 10명 중 4명은 경력직 채용 시 평판 조회를 실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작지 않은 숫자인데요. 이들 중 75.6%는 그 결과에 따라 응시자를 탈락시킨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는 대다수의 인사 담당자들이 평판을 ‘남이 써주는 나의 이력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Q4. 그럼, 평판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서 자세히 말씀해 주시죠.
‘평판’은 단순한 자기관리를 넘어서 그 이상의 것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능력은 물론 인간관계, 리더십, 자기계발, 사생활 관리까지도 평판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좋은 평판’은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 데 있어서 필요충분조건일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또 그들과 ‘좋은 인맥’을 유지해 주는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평판 때문에 누군가는 조직에 남고, 누군가는 떠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더욱 더 평판관리에 신경을 써야합니다.
Q5. 평판관리가 채용에 그렇게 중요한가요?
평판조회는 채용의 마지막 관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류’와 ‘인터뷰’를 통해 지원자를 검증했다면, 최종적으로 지원자와 관련된 사실 확인과 주변인을 통해 검증하는 과정입니다. 최종합격 여부를 놓고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때는 평판 조회가 당락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과거에는 입사 전 재직관련 서류와 대학 졸업증명서를 제출하는 정도이거나 지인을 통해 그 사람 어떠냐는 식의 단순 질문으로 대신하던 평판조회가 최근에는 채용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습니다.
Q6. 평판조회를 통해 확인하는 것들은 어떤 것이 있나요?
우선, 가장 기본적인 Fact에 대한 확인을 합니다. 기본적으로 이력서와 인터뷰 과정에서 얻은 후보자와 관련된 fact에 대한 사실을 확인하는데요. 후보자가 해당 학교를 졸업했고, 해당 기업의, 해당 부서에서, 해당 직무를 수행했느냐를 확인합니다.
해외 기업들의 경우를 보면, 평판 조회 시 반드시 검증해야 할 정보의 종류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는데요. 전문성, 성과 등과 같은 직무 관련 정보가 있구요. 그 다음으로 업무 스타일, 리더십, 윤리의식과 같은 개인적 품성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또한, 신용 기록이나 범죄 기록 등 향후 문제 발생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부분까지도 폭 넓게 살펴보고 있습니다.
Q7. 평판 조회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같이 일했던 분들에게 물어볼 것 같은데요. 대상자가 어떻게 되나요?
평판조회는 보통 후보자의 전 직장 상사, 동료, 부하직원 각각 1명 등 최소 3인과의 심층면담으로 이뤄집니다. 상사와 부하직원이 생각하는 후보자의 평판이 다를 수 있는데, 평판이 엇갈린다는 사실 자체가 후보자의 평판이 됩니다. 사람들이 남을 험담한다는 것에 부담을 갖고 있어서 대체로 결점을 지적하지 않으려 하는데요. 수 년을 같이 일한 사이인데도 후보자에 대해 두리뭉실하게 언급하거나 별로 할 말이 없다고 하면, 그 자체가 좋지 않은 평가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직무에 따라서는 사내뿐 아니라 사외에서도 평판을 조회하는데요. 영업직에 채용할 사람이라면 고객사의 평가, 카운터 파트너와의 관계까지 평판조회를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또한, 직무에 따라 평판의 주요 항목이 달라지기도 하는데요. 관공서 출신을 민간기업에서 스카우트하는 경우라면 조직 내부의 네트워크 역량이 가장 중요하게 평가되는 요소이구요. 관리직이라면 냉철한 판단력과 올바른 기획력이 있는지, 연구직이라면 강한 끈기와 추진력이 있는지에 중점을 두고 평판을 조회합니다.
Q8. 아까 평판조회는 경력직에서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럼 신입사원은 평판 조회를 전혀 하지 않나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신입사원도 평판 조회를 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외국계 제약사에서는 신입, 경력자 20명을 공채로 채용했는데요. 합격자 20명에 대한 학력조회를 한 결과, 이 중 2명의 학력이 허위로 밝혀졌습니다. 이로 인해, 이 제약사는 모든 신입과 경력 채용 전 과정에서 학력조회를 확대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사회적으로 연예인과 사회 인사들의 학력위조 파문으로 학력과 경력·평판 조회를 포함하는 '백그라운드 체크'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데요. 평판조회도 그런 영향을 받아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백그라운드 체크란 고용주가 입사 후보자의 신원에 대해서 조회하는 것을 뜻합니다. 영국과 미국 등에서는 높은 책임과 신용이 요구되는 직무에 대해서 입사 후보자의 신원조회를 전문 업체에 의뢰하는 일이 보편화 되어있는데요.
최근 국내에서도 기본적인 학력과 경력 외에도 평판 및 자격증을 조회하는 등 검증 방법이 다양화 되고, 그 대상도 경력뿐만 아니라 신입까지 다양화되는 추세입니다.
Q9. 방금 말씀해주신 것은 학력 조회 결과로 인해 채용이 취소된 부분인데요. 학력이외의 평판 조회 결과로 인해 채용이 취소된 경우가 있나요?
네, 당연히 있습니다. 외국계 화학업체 10년 정도의 경력을 쌓은 여성이 있었는데요. 얼마 전 다른 외국계 기업의 경력직 채용에 지원해서 서류전형과 실무면접을 통과했지만 결국 불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지원한 회사가 ‘평판조회’를 통해 공식적으로는 알려지지 않은 그 여성 지원자의 전력을 알아냈기 때문입니다. 기혼여성인 지원자가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실세’ 임원과 부적절한 관계였음이 평판조회에서 드러났는데요. 그 뿐만 아니라 평판조회 과정에서 지원자가 지금까지 근무했던 회사 모두에서 사내연애를 한 경력이 있었다는 것도 확인을 했습니다. 당연히 채용이 취소되었습니다.
Q10. 그렇다면, 평판조회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 해도 해당 후보자가 꼭 필요한 경우는 어떻게 하나요?
참, 날카로운 질문이네요. 문제가 있는 지원자를 채용해야 되는가는 회사마다 인재상이나 문화나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기업은 돈이 된다면 전쟁통에도 뛰어들만큼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에 정말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면 평판 조회 과정에서 문제가 있어도 채용을 합니다.
그러나 이 경우 드러난 문제점을 회사가 직접 관리합니다. 일단 인재를 채용한 뒤 과거에 있었던 문제가 다시 생기지 않게 조직적으로 배려하는 것인데요. 예를 들면, 후보자가 보유한 네트워크가 필요한데 그가 금융 문제를 일으킨 전력이 있으면, 일단 입사 시킨 뒤 금융 관련 업무는 맡기지 않는 식입니다.
Q11. 말씀을 듣고 보니 평판 조회가 꼭 필요하고 중요한 것 같은데요. 그런데, 평판 조회를 지원자마다 하다보면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상당할 것 같은데요?
모든 지원자에 평판 조회를 하지는 않습니다. 평판 조회에 들어가는 비용대비 정보의 질(質)이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다는 인식도 있는 것도 사실이구요. 한 해 적게는 수 십명, 많게는 몇 백에서 몇 천명을 채용하는 기업 입장에서, 모든 채용 인력을 대상으로 평판 조회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입니다.
직무 특성상 부적합한 사람을 채용할 경우 사고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면 평판 조회를 실시합니다. 예를 들어, 현금을 다루는 재경 부서, 고객의 가정을 방문하는 배달 기사, 어린 유아를 상대하는 직업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또한, 독자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분야의 사람들에 대해 평판조회를 하는데요. 사장급이나 유명인들은 오히려 평판조회를 많이 이용하지 않습니다. 워낙 잘 알려져 있어서 자체적으로 평판조회가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사장급의 평판조회는 종종 공기업이나 정부부처의 사장이나 기관장을 뽑을 때 주로 이용하는 편입니다.
기업들이 평판조회를 활용하는 경우는 임원과 팀장들입니다. 그룹의 임원이나 간부, IT기업의 수석엔지니어, 투신사의 자산운용 전문가 등의 분야에서 상당히 많은 평판조회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자체적인 평판조회가 어렵습니다.
Q12. 그럼 평소 평판관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첫째, 예측 가능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업무 처리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일관성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업무를 빨리 처리할 때와 늦더라도 정확하게 처리할 때, 그리고 화내야 할 때와 화를 참아야 할 때의 기준을 명확히 하고, 일관된 방식으로 행동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중간보고를 잘해야 합니다. 회의 시간에 브리핑 하는 등의 공식적인 방법뿐만 아니라 점심식사 중이나 이동 중에도 이메일이나 문자를 통한 비공식적인 방법을 통해서 현재 진행중인 업무에 대해 보고를 하는 것이 신뢰감을 줄 수 있습니다.
셋째, 평판 관리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합니다. 평판관리는 매순간 자신이 의식하기도 전에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좋은 태도와 행동, 습관입니다. 따라서, 장기적 관점에서 평판을 인생 전반에 걸친 자기관리로 인식하고 바라보고 원칙을 세우고 행동해야 합니다.
Q13. 평판 조회에 대비해서 입사서류를 작성할 때 주의사항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네, 회사에서는 지원자가 이력서에 제시한 경력이 모두 사실이냐는 점을 중점적으로 보게 됩니다. 최근 지원자들의 서류 작성 스킬이 좋아져서, 재직 기간이나 담당 업무를 부풀려 적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인데요. 약간의 과장일지라도 허위로 밝혀지면 도덕성을 의심받게 됩니다. 평판조회는 상세하고 꼼꼼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하지 않은 업무를 했다고 쓰거나, 팀원으로 일했으면서 책임자였다고 밝히거나, 지사에서 근무했으면서 본사에서 일했다고 기록하는 것 등은 결국 모두 드러나게 돼 있습니다.
일례로, 외국계 기업에서 간부급 직원으로 근무하던 분은 업무 스트레스가 심각해 1년간 휴직하고 정신과 진료를 받았는데요. 치료 후 다른 회사에 지원하면서 휴직 사유를 ‘교통사고’라고 둘러댔습니다. 그러나 평판조회를 통해 사실을 알게 된 회사는 채용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또 하나, 이력서 작성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이직 사유인데요. 경력직 채용에서는 면접에서 이직 사유를 반드시 물어봅니다. 이때 솔직하지 않은 답변을 했다가 나중에 평판조회에서 들통나면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이처럼 기업이 평판조회를 통해 주로 확인하려는 것은 후보자와 관련된 대단한 과거라기보다는, 제출한 서류에 거짓말이 있는지 여부이기 때문에 서류 작성시 솔직하게 쓰시는 것이 좋습니다.
Q14. 마지막으로 좋은 평판에 대해 정리를 좀 해주시죠.
결국 좋은 평판이란 좋은 인간성, 우수한 업무 능력, 긍정적인 마인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평판은 가까운 사람이 만들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공식적이고 밖으로 드러나는 관계의 사람들에게만 잘 보이려 하지 말고 가까이 있는 사람, 아랫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게 좋은 평판을 얻는 열쇠입니다. 오랫동안 일해온 동료와 상사, 부하직원이라는 거울에 비친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인지 한 번쯤 돌아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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