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에세이]09-09
담쟁이 잎은 혼자서 벽을 오르지 않는다!
조귀열 _ ㈜스카우트 홍보팀장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천고마비의 시작을 알리는 9월인 동시에 하반기 공채시즌이 다가왔다. 하지만 그리 반갑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공채시즌에 앞서 취업전문가들은 경제흐름이 호황으로 치닫고 있지만 실제 고용시장의
전망은 회의적인 입장이다. 이들 전문가들의 견해는 내년 상반기 또는 하반기에 이르러야
원상태로 회복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신입사원의 채용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우려된다. 대기업의 채용인원이 늘어난다고 해서 청년구직자들의 일자리가 해소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대기업 종사자는 전체 근로자 가운데 10%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바로 일자리 창출의 중심은 중소 및 중견 기업들이 얼마나 많은 인력을 충원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지만 대부분 중소 및 중견기업은 신입보다는 경력직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경제적 여력
이 없는 이들 기업의 특성상 교육기간 없이 바로 실무를 진행 할 수 있는 경력직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경력직을 선호하는 풍토가 자리잡으면서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풍
경이 연출되고 있다. 바로 경력자 같은 신입사원이 되기 위해 자신의 스펙을 높이기에 바쁘
다. 취업을 위해서는 취업 5종 세트(자격증ㆍ토익ㆍ어학연수ㆍ공모전ㆍ인턴십)까지 겸비해
야 한다는 것이다. 급기야 이 같은 스트레스가 가중되면서 ‘스펙증후군’이라는 신조어까
지 등장했다.
요즘 대학생들은 참 애처롭게 보인다. 어학연수는 기본이고, 대오족(취업이 안되어 졸업을
미루는 학생)이 늘고 있다. 이는 해당 학생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임에 틀림없다. 지
식의 상아탑이라고 하는 대학이 점점 멋을 잃어가고 있다.
얼마 전 한국경제신문사의 기사를 읽다가 직장인 100만 명이 뽑은‘내 인생의 時’라는 제
목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바로 도종환 시인의 시‘담쟁이’라는 작품은 나를 신문 속으로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나는 신문을 내려놓자마자 회사 게시판에 이 시의 전문을 올려놓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많
이 지쳐있을 동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함께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시의 내용은 벽이라는 한계상황 앞에서 담쟁이가 절망의 벽을 푸르게 다 덮어버린다는 것이
다. 그리고 서두르지 않고 한 뼘이라도 혼자가 아닌 수천의 잎이 함께 손잡고 올라간다는
내용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일상의 담쟁이 잎의 모습이지만, 나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컸던 모양이다.
나는 지금 청년구직자들의 처한 현실이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본다. 하지만 담쟁이 잎은 혼자가 아닌 여러 무리와 함께 서서히 절망을 극복하면서 결국 멋진 장관을 연출해낸다. 이 시가 더욱 감동을 준 것은 낙오자 없이 모두가 ‘푸른 희망’을 만들어 가는데 일조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지면을 통해 우리사회를 이끌어 가고 있는 많은 리더들에게 고(告)하고자 한다. 꿈과 열정이 가득한 젊은 인재들에게 자아실현을 위한 기회를 조금이라도 더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업은‘1사 1인’이라도 더 채용하려는 의지를, 정부는 더욱 다양한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해주길 바란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로 도종환 시인의‘담쟁이’와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 각각 뽑혔다는 것은 힘든 시기이지만 절망이나 불안보다는‘희망, 용기,
열정’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 이 같은 정신력이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세계가
주목할 만큼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가끔 ‘꿈과 열정을 잃어버린’구직자를 볼 때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현실을 도피하거나 자
신의 꿈을 너무 일찍 포기 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길 바
란다. 또한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온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아무쪼록 하반기 공채시즌이 다가왔다. 고용 없는 성장은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1사 1인’이라도 더 채용하려는 의지와 신입직에 대한 배
려도 잊기 않길 바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