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보다 실무능력…이색면접 눈에띄네!
식품업계‘관능평가’등 면접다채
10년째 요리로 최종면접 업체도
게임사는 야구경기로 사원 선발
잠재력ㆍ임기응변 알아보기 쉬워
“각각의 시료의 맛을 보세요. 맛에 인식되는 특성을 보기에서 골라 주시면 됩니다.”
지난 20일 서울 강남의 SPC 본사에서 흰색 가운을 입은 감독관 앞에 놓인 투명한 플라스틱 컵을 든 정장을 차려입은 남녀 사원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컵 안에 든 내용물의 냄새를 맡았다. 한참 냄새를 맡던 사원들은 천천히 맛의 특징을 종이에 적어 내려갔다. 얼핏 보면 연구소 실험실 같지만 사실은 한 식품업체의 신입사원 채용 면접 장면이다.
최근 이 식품업계와 같이 이색 면접을 통해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함께 요리를 하거나 야구 경기를 하는 등 지원자들의 다양한 실무활동을 통해 신입사원을 선발하는가 하면 관련 업종에 대한 관심도 측정 기준을 제시해 지원자들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기도 한다.
샤니, 파리크라상 등을 계열사로 가지고 있는 SPC그룹은 모든 분야 지원자를 대상으로 ‘관능평가’를 진행했다.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미각을 충족시키기 위해 직접 지원자들의 미각과 후각 등을 제대로 평가하겠다는 취지에서다. SPC그룹 채용담당자는 “관능평가를 통해 선발된 사원들은 맛과 향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 식품에 대한 애정이 높아 자연스럽게 높은 업무 성과를 창출한다”고 말했다.
샘표 식품은 이미 10년 전부터 요리면접을 최종면접으로 선정해 신입사원을 선발하고 있다. 경영지원, 경영관리, 영업, 마케팅 등 전 모집 직군을 망라한다. 면접은 한 조에 4~5명씩 편성한 뒤 조별로 2시간 동안 요리를 해 임원진 앞에서 조별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형식이다. 샘표는 이를 통해 지원자들의 창의성과 협동심, 리더십 등을 평가한다. 샘표식품 관계자는 “요리면접은 대면면접으로 확인하기 힘든 개인의 인성과 리더십, 창의력 등을 평가할 수 있어 지원자의 잠재능력과 인성 등을 파악하기 좋다”고 설명했다.
야구경기를 통해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곳도 있다. 한빛소프트와 T3엔터테인먼트는 지원자들이 팀을 이뤄 하루 동안 야구 경기를 한다. 회사는 이를 통해 “지원자들의 팀워크와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능력, 열정, 성실성 등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색 면접은 아니지만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측정을 위해 이색자격을 따지는 회사도 있다.
악기회사인 삼익악기는 김종섭 회장의 경영방침에 따라 악기를 다루는 직원을 우선적으로 선발한다. 회사 관계자는 “무조건 악기를 잘 다루는 사람이 최종 선발되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 업무 효율도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K2는 등산과 관련된 취미 및 동호회 활동 경력자에게, 와인 수입업체 금양인터내셔널은 와인투어를 다녀왔거나 와인 아카데미 등을 수료한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한다. 이들 업체에서는 “비슷한 스펙을 가진 지원자들이 많아 애사심이 높은 지원자를 우선적으로 선발하려는 취지에서 이같은 평가를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이같은 이색 면접 및 평가 트렌드에 대해 “구직자들의 스펙이 아닌 잠재능력과 임기응변 능력 등을 파악하기 위한 기업들의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취업정보 전문사이트 스카우트의 조귀열 팀장은 “이미 구직자들 사이에서 기업의 특성에 맞는 면접 모범 답안이 존재해 이제는 면접으로도 지원자의 능력을 평가하기 힘들어진 실정”이라며 “지원자들이 예측하고 준비할 수 없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앞으로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솔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