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이 원하고 ‘녹색’에서도 기회 많다
일자리 전문가 10인이 꼽는 2010년 유망 직업 / 자유무역협정·환경문제 등 관련해 수요 많을 듯
<시사저널>은 새해를 맞아 전문가 10인에게 ‘2010년에 떠오를 유망 직업’에 대해 물었다. 불확실한 시대에서 미래의 트렌드를 정확히 읽고 대처한다면 남들보다 더 빨리 고지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키워드는 글로벌과 환경(녹색성장)이다”라고 답했다. 취업 포털 사이트인 인크루트의 이광석 대표는 2010년에 떠오를 유망 직업과 관련해 “환경오염이나 온실가스 감축 문제가 최근 글로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역시 녹색 성장 산업이 자동차와 IT(정보기술)를 잇는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친환경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LED 부문이나 하이브리드카, 환경 컨설턴트 등이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망했다.
더불어 전문가들은 세계를 무대로 움직이는 직업이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한국은 최근 미국, 유럽연합(EU), 인도 등과 잇달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급속한 국제화의 영향으로 글로벌 경영 노하우를 갖춘 전문가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승연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한국의 경제 구조 자체가 수출 주도형이기 때문에 국제화나 세계화는 낯선 단어가 아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화는 지금부터다. FTA 체결로 글로벌 시장과 무한 경쟁에 돌입하면서 M&A(합병·매수) 전문가나 경영 컨설턴트, 국제 협상 전문가 등이 유망 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필름 딜러 - 인도와 영화 산업 교류 주도
전문가들이 올해 유망할 것으로 전망한 대표적인 직업이 필름 딜러이다. 필름 딜러는 영화를 수입하거나 수출하는 직업이다. 한국이 인도와 체결한 CEPA 협정(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이 올 1월1일부터 본격 발효되면서 인도와의 영화 산업 교류를 주도할 필름 딜러가 큰 수혜를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직업평론가인 김준성 연세대 생활관 차장은 “인도는 매년 4백편 이상의 영화가 제작될 정도로 영화 산업이 잘 발달되어 있다. CEPA 협정 효과로 인해 필름 딜러의 역할이 중시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도와 한국의 영화 가격대가 비슷하다는 점도 필름 딜러가 수혜를 입게 될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이나 인도 영화는 미국, 이탈리아 등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CEPA 협정이 발효되면서 인도로 수출되는 한국 영화의 관세가 낮아지는 만큼 수혜가 기대되고 있다. 김차장은 “양국의 영화 가격이 높지 않기 때문에 필름 딜러들이 활동하기에 좋다. 이같은 틈새시장을 활용할 경우 인도 영화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관련 인력을 활성화시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취업 문턱은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다. 유송영 프라임엔터테인먼트 매니저는 “필름 딜러는 마케팅에 대한 전문 지식과 영어 실력이 구비되어야 한다. 하지만 전공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영화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직업이다. 1년에 세 번 이상은 해외 영화제 출장이 있어 영화계 유명 인사들을 만날 수 있고 문화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환경 컨설턴트 - 녹색 성장 산업과 맞물려 중요 역할
환경 컨설턴트는 최근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녹색 열풍과 기후 협약의 수혜 직종으로 꼽히고 있다. 한마디로 환경과 관련된 기업의 문제를 해결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직업이다. 최근 친환경 문제가 글로벌 이슈로 떠오르면서 주목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제조업체가 정부 기준을 초과하는 폐기물을 발생시킬 경우 폐기물 전문가가 투입되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환경 컨설턴트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 초기부터 개입해서 기업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최적의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올해부터 기업의 환경정보 공시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상장사는 재무제표 등 재무적 정보뿐 아니라 환경 등 비재무적 정보도 공시해야 한다. 때문에 당장 올해부터 관련 인력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 등 대기업의 경우 환경 관련 파트만 따로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탁진국 인크루트 경력개발연구소장(광운대 심리학과 교수)은 “기업의 경영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변수 중 하나가 환경이다. 환경 컨설턴트는 최근 각광받는 녹색 성장 산업과 맞물려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조언했다.
문제는 관련 인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환경 컨설팅회사로 등록된 곳은 100여 곳이 전부이다. 전문 인력도 7백~8백명 정도에 불과하다. 향후 예측되는 수요를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정부에서도 최근 관련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환경 컨설팅 등록 업체인 에코오션 진준수 사장은 “정부는 현재 학교나 환경 관련 협회 등을 통해 전문가들을 양성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커짐에 따라 접근 루트 또한 다양해진 만큼 예비 취업생들의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금융 자산 운용가 - 부동산 규제와 저금리 시대에 각광
금융 자산 운용가도 전문가들이 꼽은 유망 직업이다. 이명박 정부는 내년에도 부동산 규제와 저금리를 유지하는 대신, 기업과 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부동산과 예금을 대체할 금융 자산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실제 글로벌 금융 위기에도 개인들의 자산 운용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자산 운용협회에 따르면 국내 펀드 내 개인 투자자 비중은 2006년 47.8%에서 2008년 51.7%, 2009년 9월 현재 51.3%를 기록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금융 위기가 발생하면서 개인 투자자 비중은 더욱 확대되었다. 하지만 전체 자산 중에서 금융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불과하다. 50% 안팎을 차지하는 미국이나 일본, 영국에 비해 여전히 모자란 수준이다.
향후 비금융 자산이 금융 자산으로 전환될 경우 금융 자산 운용가 역시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취업 포털 사이트 커리어의 유정헌 수석 컨설턴트는 “투자에 대한 개인의 관심이 증대되면서 이를 운용할 인력의 전문성도 중요해지고 있다. 고객의 자산을 전문적으로 운용해 수익을 창출해주는 금융 자산 운용가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강신우 한국신탁은행 부사장도 최근 이화여대에서 가진 국제 정세 분석 특강에서 자산 운용업의 성장 잠재력에 대해 역설한 바 있다. 그는 “호주가 세계 4위의 자산 운용 시장으로 도약한 데는 퇴직연금 제도가 큰 역할을 했다. 한국도 오는 2011년 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퇴직연금 시장이 급속히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 시행을 앞두고 이 연금을 관리하는 자산 운용가 수요 역시 크게 늘어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금융 자산 운용가가 되기 위해서는 꾸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현재 금융 자산 운용가의 80%는 경제와 경영을 전공했고, 나머지는 인문 계열이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 2~3년 애널리스트 등으로 금융업계에서 자산 운용에 대한 기초적인 숙련 과정을 거친 후 금융 자산 운용가가 되는 만큼, 일찍부터 직업 방향을 정해 준비할 필요가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를 분석하는 정신적인 직업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 이를 견뎌낼 수 있어야 하고, 때로는 투자 유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내성적인 성격보다 외향적인 성격이 적합하다.
여행상품 기획자 - 고객 취향 다양해져 '맞춤형'상품 개발
여행 상품 기획자 역시 글로벌화가 가속화되면서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행업계는 글로벌 금융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하락하면서 해외여행을 나가는 인구가 급속히 줄어든 탓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경기가 회복되면서 여행업계가 다시 살아나나고 있다. 정부에서도 최근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차원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덕분에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는 여행 상품 기획자의 경우 향후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임웅환 스카우트 사장은 “과거의 경우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상품만을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화가 가속화되면서 해외로 나가는 개인의 취향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여행 상품 기획자는 고객의 취향과 조건에 맞춘 차별화된 상품을 기획한다는 점에서 기존 여행사와 차별화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고부가 서비스’에 길이 있다
최근 직업과 트렌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면서 이와 관련한 책이나 자료 등도 많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의 전망과 함께 이들을 참고한다면 분명 남보다 한 발짝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09년 11월에 발간한 <녹색 성장·녹색 직업·녹색 인재>에서는 크게 네 가지 분야를 유망 직업으로 꼽았다. 탄소 거래 부문에는 탄소 배출 감정사, 녹색 경영 컨설턴트, 녹색 프로젝트 파이낸싱 전문직, 제조업과 농업, 생태·녹색 관광 부문에서는 친환경 차량 설계 개발자, 식물 공장 설계사, 생태 가이드 등이 유망 직업으로 주목되었다.
특히 탄소 거래 부문의 경우 지식경제부가 2010년 하반기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함에 따라 앞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트렌드 전문가인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출간한 <트렌드코리아 2010>(미래의창)에서 “거창한 출세나 성취보다 소박하고 작은 행복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하면서 향후 레저, 생활스포츠, 문화 등에서 유망 직업이 많이 나올 것임을 예상했다. 박영숙 유엔 미래포럼 a한국대표도 최근 <새로운 미래가 온다>(경향미디어)에서 “직무 수행만 가능한 회사원보다 창의성과 책임성 있는 인재가 각광을 받고 있다. 이를 관리할 헤드헌터나 경력관리사 등이 각광을 받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6월 발표한 신성장 동력 3대 분야(녹색 기술, 첨단 융합, 고부가 서비스)와 관련한 차세대 55개 직업도 눈길을 끌었다. 첨단 융합 부문의 유망 직업으로는 나노사업 기획자, 기능성 식품 연구원, 로봇 인식 기술 연구원 등이 있었다. 녹색 기술과 고부가 서비스 부문에서는 LED 조명 기술자, 하이브리드 동력시스템 개발자, U-City 기획자, 의료 통역사, 게임 기획자, 국제회의 기획자 등이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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