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스펙 이기는 시대…처음부터 프로돼라
상반기 공채 막바지…취업 컨설턴트 3인의 솔직토크
‘정부 일자리 창출’과 ‘대기업 인턴 채용’ 등의 키워드와 맞물려 취업시장 방향타의 하나였던 2010년 대기업 상반기 공채가 막바지 단계로 치닫고 있다.
통계청 조사 결과 취업자 수는 4월 말 현재 2392만4000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8년 4월 수준을 넘어섰고 월별 취업자 수 증가폭도 56개월 만에 최고라지만, 아직 채용시장에 남아있는 구직자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 일단 인턴으로 입사한 구직자도 ‘새내기 직장인’이라는 이름표는 달았지만 여전히 불안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 이에 반해 두 개 이상의 기업에 합격해버린 ‘실력있는’ 구직자도 고민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헤럴드경제는 취업포털 스카우트와 공동으로 취업전문 컨설턴트 3명과 함께 솔직토크 형식의 지상 좌담회를 마련했다. 상반기 대기업 공채가 마무리되고 있는 시점에 취업시장을 진단하고, 올해 채용시장의 달라진 트렌드를 살펴봄과 동시에 하반기 시장을 전망했다. 컨설턴트 3명이 펼치는 솔직토크에는 2010년 채용시장에서 구직자가 느끼는 궁금증과 고민에 대한 해답이 녹아 있다.
-2010 상반기 대기업 공채 특징은.
▶이시범 컨설턴트=올해 대기업 상반기 공채의 두 가지 큰 특징은 ▷인턴 채용의 확대 ▷채용설명회의 변화입니다. 기존 채용시스템으로는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찾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채용 예정 인원의 5배수 정도를 인턴으로 선출한 뒤 그 중 상위 몇 퍼센트만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늘고 있는 겁니다. 두 번째 특징은 채용설명회의 비중입니다. 작년까지 채용설명회가 기업 홍보와 채용 설명으로 이뤄졌다면, 올해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회사에 적합한 인재를 찾기 위한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채용설명회에 참여한 사람에게 공채 시 가점을 주는 회사도 있고, 채용에 적합한 대학만을 선정해 설명회에 나서는 기업도 있습니다. 공채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이런 설명회는 자신의 학교에서 이뤄지지 않더라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평소부터 해당 기업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박세정 컨설턴트=대기업 채용설명회는 단순한 정보만 전달하는 방식이 아닌, 참석자 가산점 부여제도 및 인사담당자와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정보의 퀄리티 확보의 장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특히 인턴제를 연계한 채용방식이 도입되면서 인턴십에 대한 문의와 관심이 가장 많았던 2010 상반기였습니다.
-올해 공채, 이런 점이 달라지고 있다.
▶최현정 컨설턴트=지난해에는 경기가 어려워 채용규모를 줄였지만 경기 회복세가 예상되면서 대기업의 채용 움직임이 크게 보였습니다. 채용공고 기준에 특별한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작년부터 확산된 글로벌 인재 채용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토익 스피킹이나 오픽 점수 보유자에 대한 우대가 강화됐습니다.
▶박=스마트폰에 따른 취업시장 변화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스마트폰 열풍에 따라 관련 산업의 채용시장이 크게 활기를 띠고 있고, 특히 올해 스마트폰 관련 채용공고가 작년 1년 동안 누적 집계된 전체 공고수 대비 60% 이상을 넘은 지 오랩니다. 또 올해는 지방선거가 있는 만큼 변화되는 정부의 경제정책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쟁점이 되고 있는 일자리 창출, 무상급식, 4대강 관련 사업 등은 관련 업종의 투자 및 채용에도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큽니다.
▶이=올해 대기업 공채에서 CJ의 사업 확장이 주목할 만합니다. 식품과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이제는 방송에까지 진출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의 확장을 위한 인원충원도 많이 할 뿐 아니라 직무나 직군에 대한 지원도 선지원 후배치이기 때문에 직무 선정이 어려운 학생의 경우 더욱 매력적입니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기는 시대’…대응 전략은.
▶이=예전 같았으면 스토리가 아무리 훌륭해도 스펙을 이길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스펙이 반드시 구직자의 능력과 비례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지금도 스펙을 보는 기업이 많이 있지만 스토리를 보는 기업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스펙을 뛰어넘을 스토리는, 즉 다른 사람과 다른 경쟁력을 갖추는 가장 큰 무기는 지원하는 분야와 유사한 경험을 사전에 얼마큼 많이 또 깊이 해봤냐는 것입니다.
▶박=자신만의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모 기업의 합격자와 불합격자의 스펙과 자기소개서를 비교분석한 적이 있습니다. 단적인 예일 수 있지만, 합격자는 소위 말하는 스펙에 특별할 것이 없었지만 관심 분야의 지식은 전문가라 할 만큼 깊이와 경험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스토리는 고스란히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드러났습니다. 최고, 최선보다 경험을 통해 구체적인 자신만의 킬러 콘텐츠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2~3개 기업 복수 합격 ‘행운아’ 어떻게 선택해야 하나.
▶이=회사를 선택하는 각자의 기준이 있지만 남성의 경우 급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여성의 경우 출퇴근의 비중입니다. 하지만 남녀를 불문하고 조언을 하고 싶은 건 해당업무와 자신의 경력과 연관성이 있느냐 입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짧으면 5년, 길면 10년 정도의 평균 근속연수가 나오기 때문에 20대 중후반에 급여만 보고 뛰어들었다가는 30대 중후반이 되어서 40대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질 수 있습니다.
▶박=가장 중요한 것은 직무 및 성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원 직무가 본인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렵고 힘들어도 참고 해낼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됩니다. 뿐만 아니라 그런 동기부여는 높은 업무성과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조건이라도 업무에 적응되지 않고 성과가 나지 않는다면 업무만족도가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지원직무의 만족도와 기업 내에서의 직무의 중요도와 성장성을 함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최=향후 비전을 판단하는 기준은 바로 자신의 경력목표와 관련있다고 생각하는데요. 3년 후, 5년 후를 바라봤을 때 자신이 시작하는 이 직무에서 경력을 살려 이직이 가능한가, 또 10년을 지나 바라봤을 때 자신이 추구하는 바와 얼마나 관련있는가를 따져봐 그 가능성을 보는 것입니다.
-2010 하반기 공채 예상도, 2011년은.
▶박=상반기 경기회복으로 대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기대했지만, 최근 남유럽 재정위기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채용을 학수고대했던 금융권 등 채용 분야에 먹구름이 끼어 있습니다. 건설업의 경우 미분양 적체, 부동산 PF 대출부실 우려, 하반기 건설경기 부진 등으로 단기간 회복되기가 어려워 건설 분야 채용도 계속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인재와 실무형 인재를 향한 국내 기업의 니즈는 지속될 것으로 보여 영어를 비롯한 제2외국어에 대한 수요와 실무형 인재에 대한 높은 평가는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상반기 공채가 진행되는 것을 바탕으로 2010년 하반기를 미뤄보면 하반기에는 채용인원의 더 많은 비중을 인턴으로 뽑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SK와 STX 같은 기업은 인턴만으로 채용을 하기 시작했고, 그 외의 기업도 인턴의 비중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인턴을 채용함으로써 대기업의 채용규모는 표면적으로는 늘어나 도전에 대한 성공 확률이 좀더 올라갈 수 있지만 정작 입사 이후 인턴 기간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위해 더 많은 노력과 수고를 해야 할 겁니다.
▶최=매년 공채시장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열띤 모습을 보입니다. 특히 경기가 악조건이었던 작년 수준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하반기 채용시장은 활기를 띨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최근 인턴사원을 모집하는 공고가 많이 눈에 띄는데, 대기업 공채 시장에서 우대되는 인재는 인턴이나 관련 경험을 많이 한 사람이 될 겁니다. 구직자도 이에 맞춰 스펙 쌓기에 올인하느라 도서관과 학원만 전전하기보다 취업목표에 따라 어떤 경험을 쌓으면 좋을지부터 고민해야 합니다.
서은정 기자/thankyou@heraldm.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