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원 ‘술자리면접’ 말썽
여성 아나운서 뽑는데 웬 술자리 매너?
우월적 지위 이용 황당한 요구해
성적농담 받아넘기며 노래방까지
도 넘는 인권침해ㆍ성차별 등 심각
‘면접관들은 지방대 출신 취업준비생 세진에게 다짜고짜 춤과 노래를 시킨다. 세진은 당황한 나머지 잠시 멈칫거리다 어색하게 몸을 흔들기 시작한다. 그런 세진에게 면접관들은 “시킨다고 진짜 하냐”며 비아냥거린다. 세진은 눈물을 흘려가며 끝까지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른다.’
구직자들이 취업현장에서 겪고 있는 고초를 적나라하게 그려낸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의 한 장면이다. 이런 비화가 현실로 나타났다.
서울 동작문화원의 한 직원이 여성 아나운서를 채용하면서 ‘술자리 면접’을 한 것으로 드러나 말썽을 빚고 있다.
6일 모 인터넷 포털사이트 취업관련 카페에 한 응시생이 올린 글에 따르면 동작문화원 직원인 이모(47)씨는 지난 8월 면접실이 아닌 인근 식당에서 응시생 2명과 술을 마시며 면접을 했다. 이 응시생은 “당시 술자리 매너와 함께 아나운서에 대한 열정을 보겠다는 면접관의 말을 그대로 믿었지만, 술자리에 문화원과 관계없는 다른 남성까지 등장해 2대2로 술을 마시게 된 것을 되씹어보니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면접을 봤던 여러 응시생들의 글이 카페에 올라오면서 술자리 면접의 진상이 보다 자세하게 전해졌다. 다른 응시생은 “나도 그곳에서 면접을 봤는데 술자리에 노래방까지…, 성적인 농담도 하고 정말 기분이 더러웠다. ‘내가 왜 이런 면접을 보면서까지 아나운서를 준비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응시생들의 글이나 말을 종합하면 술자리 면접에 2명 이상 참석했으며 많을 때는 7명까지 어울린 것으로 알려졌다.
동작문화원 관계자는 “이씨가 지난 8월 부임하고서 문화원의 허락 없이 아나운서 모집 공고를 내 원장이 주의를 준 바 있다. 술자리 면접이 있었다는 사실은 최근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공무를 가장해 사적인 의도로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인사위원회를 열어 사실관계를 파악해 해당 응시생들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면 응당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동작구청의 지원과 관리감독을 받고 있는 동작문화원은 앞서 지난 7월 김우중 전 구청장의 업적을 새긴 표지석을 문화원 건물 앞에 세워 지역 주민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스카우트’ 조귀열 팀장은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직자들의 처지를 악용해 도를 넘는 인권 침해나 성차별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면서 “기업마다 채용 방법이 다른 만큼 면접관의 도를 넘는 질문과 행동에 구직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면접관이 당황스러운 질문과 행동을 하더라도 주눅들지 말고 어려운 시험을 치러야 하겠지만, 채용하는 쪽에서도 면접 매뉴얼을 정해 구직자들을 배려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솔기자 sollee64@focus.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