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좋은 봄날, 2011 한국인사/조직학회 춘계국제학술대회가 한양대학교에서 열렸다. 연구자들이 고심해서 완성한 방대한 자료를 한두 줄의 제목으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견되지만 평소에 사용하지 않은 단어들이 그저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런 필자에게 학회가 시작하기 몇 주전부터 이번 학회에 대한 홍보 메일, 관련 소개자료 중 한 논문은 필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바로 <중간 관리자들의 조직정치지각과 몰입간의 관계>라는 제목의 논문이 그것이다.
간략하게 내용을 소개하자면, 중간관리자급 직원들이 지각하는 조직정치의 부정적 영향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고 상사와 부하직원간의 관계성이 조직 내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어려운 듯 보이지만 쉽게 풀어 이야기하면 한마디로, 내가 속한 조직의 상사가 기업 경영자와의 친밀도에 따라 내가 속한 부서와 나의 포지션에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다.
직장인들이 술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하는 단골소재의 내용이 논문으로 나왔을 뿐인데 회사 내에서의 상사의 조직 내 파워가 미치는 정도가 조직생활에 영향력을 미친다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한편으로 씁쓸하게 느껴진다.
이런 이유들 때문인지 사회생활의 승패는 업무 능력보다 조직내의 관계성,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관련된다고 볼 수 있다. 혹자는 그 관계성을 극대화 하기 위해 아부의 기술을, 혹자는 소통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실제로 얼마 전 취업전문사이트의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 44%가 "아부는 인간관계에서 꼭 필요하다"고 답한 기사를 읽었다.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 사람은 전체의 16%였으며, "아부가 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응답자와 "내 상사는 아부를 좋아한다"고 말한 사람도 각각 53%, 61%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또 응답자의 49%가 "한 달에 한두 번이상 아부를 한다"고 답변했다. 이런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과거에 비해 직장인들이 아부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재의 우리의 모습이다. 또한 조직내의 관계성이 더욱 중요시되는 사회가 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있으며 조직 내 정치는 이제 직장인들에게는 보편화 단계까지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3년 전 상담했던 40대 초반의 고객이 얼마 전 오랜만에 필자를 찾아왔다. 3년만에 만난 고객의 모습은 몰라보게 많이 변해있었다. 일단 눈에 띄게 수척해진 외모와 주름살이 실로 오랜만의 만남에서 우리가 쉽게 건네는 “오랜만입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으시네요” 라는 인사말도 차마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식사를 간단히 마치고 고객은 이직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성격도 좋고, 시장에서 평가되는 객관적인 취업 스펙도 좋은 고객이었는데 그 동안 4개의 회사를이직해왔고, 현재도 이직에 대한 고민으로 나를 찾은 것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상사와의 불편한 관계 때문이라고 했다.
솔루션 개발 일을 하고 있어 사회 초년 때는 나에게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면 인정받았는데, 경력이 쌓이고 직급이 올라가면서 조직에서 요구하는 역할을 수행하기가 버거웠다는 고민이었다.
특히 외부 관계자들과의 비즈니스 미팅이나 상사와의 직접적인 업무진행이 무엇보다도 가장 힘들고 불편하다고 했다. 덧붙여 사회생활 10년을 넘게 해도불편한 사람을 편한 관계로 전환 시키는 것 자체가 극심한 스트레스원이었음을 털어놓았다. 이런 고민은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회사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일 것이다. 그러나 이 사람만 피하면 다른 사람은 나와 맞겠지 하고 기대해보지만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필자의 사회 경험에만 비춰 봐도 오히려 나와 다른 사람들이 나를 둘러싼 환경이 되고 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고민상담을 한 오랜 고객에게 필자의 생각을 전달했다. 생각의 전환이반드시 필요한 시기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 시기를 더 늦추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말은참 쉽지 않은가. 부족한 업무능력을 채우기 위해서는 교육이나 진학으로 채울 수 있지만 위의 사례와 같은 사람들과의 관계 부분은 직접 체험하지 않으면 변화되기 어렵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그래서 경력이 쌓이면서 더욱 복잡하고 어렵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조직에서 경력자를 채용하는 이유는 업무처리능력도 있지만 역할에 대한 요구도 다양하다. 비단 영업이나 마케팅 직군처럼 사람을 만나고 협상하는 부서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 해의 절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새로운 것에 초연해지고 편안해질 수있도록 노력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스카우트 인재개발사업본부 서주연 본부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