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 중견기업의 해외 마케팅 담당이었던 김영석 과장(33)은 6년을 다닌 직장에 사표를 냈다. 자신이 몸담은 기업의 비전이 불투명하다는 것이 이유다. “40대 이후를 생각하면 내가 다니던 직장은 불안하기 그지 없었다”는 김 과장은 지금 회계사 자격증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 평소 회계에 관심이 있기도 했지만 자신의 마케팅 경력과 회계사 자격증을 합하면 전문직종에 취업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생활비는 구청에 다니고 있는 부인이 전담하기로 했다. 3년 내에 회계사 자격증을 따기로 부인과 약속한 김 과장은 자신의 도전이 실패할 경우 입을 피해가 막심하리라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노령층이 돼서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후회는 없다고 한다.
김 과장은 이른바 ‘배터리족(族)’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유학을 가거나 자격증 준비를 하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30대를 말한다. 방전된 휴대폰 배터리를 재충전하듯, 직장 생활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전문 지식과 기술을 익혀 경쟁력을 쌓은 뒤 더 나은 직장에 재취업하려는 사람들이다.
배터리족은 꾸준히 늘고 있다. 9일 노동부 산하 국립 종합기술전문학교 한국폴리텍대학이 올해 입학생들을 분석한 결과, 전체 6267명 중 802명(12.8%)이 3년 이상의 직장 경험을 가진 30대 배터리족이었다.
정년이 40대로 앞당겨진 세태를 반영하듯 배터리족은 현재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장밋빛 미래 전망과 달리 배터리족은 확실하게 보장된 미래가 없다는 점에 불안한 생활을 영위하게 된다는 약점이 있다.
헤드헌팅 업체인 스카우트의 설재돈 부사장은 “배터리족이 되려면 뚜렷한 목적과 계획이 있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장기실업의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잡코리아의 안연희 이사는 “최고경영자(CEO)나 임원들은 쉬면서 인맥을 점검하고 정보를 모을 수 있다. 또한 한 발짝 물러서서 업계 동향을 살필 수 있다”며 “배터리족은 높은 리스크를 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력이 몇 년 안 되는 젊은 직장인이 따라할 것이 아니다”고 충고했다.
/yscho@fnnews.com 조용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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