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천만원 대학생…부모 가계부가 ‘경제 교과서’
‘선택 소비’ 습관 길러주는게 자녀 경제교육의 기본
행복한 가계부 쓰기
# 가계부 수기 공모에 참여한 ‘행복한 부자’(24·수기 공모 게시판 대화명)씨의 가족은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 부친의 사업 부도로 혹독한 경제난을 경험했다고 한다. 현재 대학생인 그는 모두 6개의 통장에 1000만원이 넘는 개인자산을 갖고 있다. 자유입출금 통장에다 등록금을 스스로 준비하면서 관리하고 있고, 벌써부터 은퇴 대비 연금자산도 만들고 있다. 부모님 소득은 여전히 낮지만, 이제는 부채도 모두 갚고 여유 자금도 만들 수 있게 됐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어머니의 가계부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아플 때도 빠짐없이 매일 가계부를 쓰는 어머니를 지켜보면서 우리 형제는 돈이란 헛되이 쓰면 안된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됐다”고 술회했다. 어머니가 빡빡한 살림살이에 가계부를 꾸리면서도 자녀들에게는 철저한 용돈관리 교육을 시킨 결과다.
■ 일그러진 투자열풍, 대학생 투기사범까지 등장=최근 대학생 등 20대의 재테크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 <한겨레>와 가계부 쓰기 캠페인을 벌이는 ‘에듀머니’는 최근 정보미디어 ‘씽굿’과 취업·경력관리 포털 ‘스카우트’ 등과 함께 20대 젊은이(대학생 및 구직자) 450명을 대상으로 ‘재테크 관심도’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10명 가운데 8명 가량이 ‘재테크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대학생 가운데 일부는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투자를 하거나, 재테크 사이트에 가입해 부동산 공동투자를 한다고 했다. 돈이 되는 땅을 답사하는 모임에 가입했다는 응답자도 많았다. 사회진출 이전에 다양한 경제활동을 체험하겠다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미래를 위한 자기계발에 몰두할 시기에 돈버는 연습에 ‘올인’하는 투자열풍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사람은 거의 없다.
쉽게 돈을 벌겠다는 일부 대학생들의 비뚤어진 투자 열풍은 어른들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 출판계가 대학생 등을 타깃으로 하는 연령별 마케팅을 통해 20대 부자 열풍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서점가를 뒤져보면 20대들의 재테크를 부추기는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20대의 왜곡된 돈벌기 열풍은 부작용도 낳고 있다. 지난 6월 정부부처 합동으로 실시된 새도시 예정지 투기 단속 때 색출된 투기꾼 2668명 가운데 대학생도 9명이나 포함돼 있었다.
■ ‘진짜 부자습관’을 물려줘야=경제의 기본적 원리는 희소성과 선택이다. 무한한 욕구에 비해 돈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지혜로운 선택을 익히는 것이 경제학습의 기본이다.
돈벌기에 앞서 돈을 통제하는 습관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일상 속에서 부모의 가계부는 더할 나위없는 훌륭한 경제교과서가 될 수 있다. 자녀들에게 한정된 자원에 대해 선택해서 소비하는 습관을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계획성 있는 가계부 작성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녀에게 ‘부자습관’을 물려주는 셈이다. 자녀들도 어릴 적부터 부모의 가계부와 함께 용돈 기입장을 쓰게 할 필요가 있다. 가계부와 용돈 기입장으로 체계적인 경제 생활을 터득한 자녀들은 한두번의 행운에 기대어 투기 대열에 가담할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