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감원과 구조조정을 통해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는데 맘놓고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겠어요?”
맞벌이 직장인 김모씨(32·여)는 지난달 아이를 출산한 뒤 회사에 육아휴직을 신청했지만 직장상사로부터 업무 공백이 우려된다는 대답을 듣고 어쩔 수 없이 휴가를 미루기로 했다.
김씨는 “남편도 회사에 육아 휴가를 신청했다가 결국 눈치가 보여 포기했다”며 “현실은 바뀌지 않는데 법만 바뀌면 뭐하느냐”고 불평했다.
최근 정부가 직장 내 맞벌이 부부를 위한 육아휴직제 개선방안을 마련해 시행중이나 대다수 회사들이 이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의 육아휴직 기간을 최대 2년까지 보장해 주는 등의 내용이 담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개정안’을 마련한 뒤 지난달 22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자녀를 출산한 맞벌이 부부는 동일 자녀에 대해 각각 1년씩 교대로 최대 2년까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직장 내에서 남녀 구분 없이 휴직을 사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다수 사업주들은 2년간의 휴직기간에 따른 업무공백 등을 내세워 휴직신청을 받아주지 않는데다 일부는 휴직 자체를 인사고가에 반영하면서 눈치를 보는 직장인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21일 취업·경력포털사이트 스카우트가 최근 직장인 982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육아휴직’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9.5%가 육아휴직을 써 본 경험이 없으며, 그 이유로 ‘승진 및 인사상 불이익 때문’이라고 응답한 직장인이 26.6%를 차지했다.
노동부는 이를 감안해 휴직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업주에게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처벌규정을 마련하고 있지만 근로자들은 회사로부터 불이익 받을 것을 우려한 나머지 노동청에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현재까지 육아휴직과 관련해 대전 노동청에 접수된 진정이나 고발 사례는 단 한건도 없다.
직장인 전모씨(32·대전시 동구 가양동)는 “회사 내에서 눈치를 보지 않고 맘 놓고 육아휴직을 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며 “이를 보장할 법적 근거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김대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