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취업이야기) 쓸 데 없는 질문? 쓸 데 없는 답변?  (주)스카우트 조형래 이사
신문 보기가 힘든 계절이다. 최근 신문에는 “감원폭풍이 불어온다”, “채용계획을 취소하는 기업이 늘어간다” 라는 헤드라인 기사들로 가득 하다. 채용시장의 최전선에서 인사담당자와 구직자를 만나는 일이 내 직업인지라 살갗에 느껴지는 냉기는 그 보다 더 차갑다.
취업이 어려운 계절에는 구직자들의 연락이 더 잦다. 오늘도 어김없이 전화벨이 울린다. 예의 바른 목소리로 3가지 질문만 하고 싶단다.
첫 번째 질문은 “금융권으로 입사하고 싶은데 요즘 금융권에서 신입 구직자 채용이 줄었다고 하는데 금융권 말고 취업이 잘 되는 다른 업종으로 희망업종을 바꿔야 할까요?” 이다.
참 쓸 데 없는 질문임에도 불구하고 참 많이 받는 질문 중에 하나다. 지금 금융업종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도 비슷한 수준이다. 2년 동안 자격증 준비에 금융상품 스터디까지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다른 업종보다는 더 유리할 것 같으니 업종은 바꾸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로 첫번째 답변을 마무리했다.
두 번째 질문이다. “졸업생보다 재학생이 취업에 더 유리하니 학교를 더 다니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졸업을 유보할까요?” 이 질문은 10명 중 8명이 물어보는 질문이다. 내가 질문 한다.
“학생이 인사담당자라면 재학생이니까 점수를 더 주고 싶으세요? 가능하면 졸업을 해서 바로 출근할 수 있는 졸업생이 더 낫지 않을까요? 그리고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점이 회사 입장에서는 어떤 점에서 장점이 될까요?”
이런 질문을 던지면 100명 중 1명도 대답을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재학생이라서 더 유리하다는 논리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재학생이 유리한 것도 하나 없고 졸업생이라고 해서 불이익은 전혀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니 그제서야 “다행이네요” 라며 목소리가 한결 밝아진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다. “사실 제가 중소기업에 취업을 했습니다. 대기업을 지원하다가 다 떨어져서 그냥 한 번 넣어봤는데 어떻게 붙었네요. 제가 이 기업을 다녀도 좋을까요?”
정확한 기업명을 물어보고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지 물어보니 탄탄한 중견 기업이다. 우리나라 구직자들은 광고를 하는 기업은 대기업, 잘 모르는 기업은 모두 중소기업이라고 하는 오류 속에 빠져 사는 것 같다. 사실 제가 이 회사를 다녀도 좋을까요? 라는 질문은 가장 어려운 질문 중에 하나다. 왜냐면 나의 대답에 따라 학생들의 결심이 달라질 수 있고 그로 인해 인생의 변화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답변하기 보다는 과제를 내주는 편이다. 기업에 대한 분석과 내가 하게 될 일에 대한 전망, 그리고 간단한 입사 후 포부를 다시 작성해 보라고 한다. 그러면서 스스로 결정하도록 돕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던지는 질문들은 이렇게 들어보면 쓸데 없어 보이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이렇듯 사소한 것들까지 궁금하고 중요한 것이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는 왜 이런 것까지 물어보나 라는 의문이 들었었다. 하지만 돌아보라. 내가 구직활동을 시작할 때를 말이다. 나도 이런 쓸 데 없다고 여겨지는 질문부터 시작하지 않았는가? 어떤 질문도 쓸 데 없는 것은 없다. 쓸 데 없는 답변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러니 나는 어떤 질문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진심을 다해 답변할 사명이 있는 것이다.
조형래 취업전문칼럼니스트 hrcho@scout.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