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의 계절, "즐거운 일은 나중에 하자"
㈜스카우트 조형래 이사
가을에서 겨울로 바뀌는 시기가 되면 한 번씩 몸살로 심하게 고생을 한다. 한 이틀 이불 속에서 끙끙 앓고 나니 오늘은 한 결 몸이 가볍다. 정신도 더 맑아진 기분이고 쉬고 나서인지 일에 대한 의욕도 더 생긴다. 오늘 세상을 보는 시선은 좀 더 관대해진 듯 하다. 아프고 나서인가?
살면서 '인생'에 대한 시선이 조금씩 달라진다. 어릴 때 인생의 본질은 즐거움이라고 여겼다면 지금은 그렇지는 않다. 인생의 여정 속에는 기분이 좋고, 즐거운 요소들 보다는 힘든 일들이 더 많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그렇다고 내 인생이 역경의 연속은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인생에 대한 시선이 바뀜으로써 사실 내 인생은 더 관대해졌다. 직장생활이란 사실 좋은 일들보다는 힘든 일들이 더 많다. 그렇지 않은가? 회사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경쟁 PT를 내가 맡게 됐다. 그런데 심사 결과는 탈락이다. 이 얼마나 죽고 싶은 상황인가? 내가 정말로 싫어하는 내 후배 놈이 이번 인사배치에 내 직속상사로 발령 받는다면 이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회사 생활이 이런 일들뿐이더냐? 승승장구하는 인생사보다는 매일 꺾이고 한숨 쉬는 인생들이 더 많은 곳이 직장이라는 곳인데 말이다. 그래서 직장을 누군가는 전쟁터라고 비유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직장에서 오늘만 살고 말 것인가? 지고 난 뒤,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리의 인생에는 고통만 있는 것이지 성장은 없는 것이지 않은가?
고통만큼의 성장이라 하였다. 경쟁PT의 실패 후, 더 나아지려는 뼈를 깎는 노력이 더 해진다면 다음 차례에는 승리의 기쁨도 맛볼 수 있는 것이 직장 생활이다. 안 좋은 인간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꾸준한 자기성찰도 성장통을 통해 맛볼 수 있는 기쁨이다.
이제 막 구직활동을 시작한 구직자들도 마찬가지다. 구직활동이 즐겁고 기분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시작했으면 좋겠다. 이력서 한 통 넣어 놓고 합격 통보를 기다리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 그리고 더 안 좋은 것은 단 한 번의 실패에 너무 쉽게 좌절하여 내 인생을 원망하는 실수도 범하지 말았으면 한다.
구직활동을 하다 보면 압박면접을 심하게 보는 면접관을 만나 "학점이 엉망인데 학교 다니면서 공부도 안 하고 뭐 했나?" 라는 질문을 받을 지도 모른다. 아니 이런 경우는 좀 낫다. 한 번도 들어보지도 않은 질문을 하는 면접관 앞에서 식은 땀만 줄줄 흘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들은 구직활동을 하면서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와도 같은 것이니 잘 견뎌내야 한다. 아니 꼭 그래야만 한다.
이 과정을 겪어 내야 직장생활이라는 고통이자 성취의 문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그 기회를 통해 꿈도 꾸고, 꿈을 이루기도 하는 것이다. 구직활동의 스트레스로 인해 신경정신과를 찾는 20대 환자가 3년 전에 비해 3배나 늘었다는 신문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구직활동의 본질은 실패에 있고 그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데 있다는 것을 알고 시작했더라면 신경정신과를 찾는 구직자들의 행렬이 줄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M.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 할 길'에는 이런 말이 있다.
"즐거운 일은 나중에 하자."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먼저 해야 나중에 즐거운 일을 즐길 수 있다는 말이다. 즐거운 일들을 먼저 해 버리면 나중에 오는 힘든 일을 견딜 힘은 없어져 버린다. 대한민국의 젊은 구직자들은 지금 힘든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일들을 다 경험하고 나면 다음에는 즐거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일들을 잘 겪어내고 나면 그 다음에는 또 한 번의 성장도 기다리고 있을 테니 조금만 더 참기를 바란다. 그리고 건강한 정신으로 우리 대한민국의 주인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기를 더불어 당부한다.
조형래 취업전문칼럼니스트 hrcho@scou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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