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2009년 고용 전망> ‘일자리 대란’ 시작됐다
"가장 훌륭한 서민대책은 일자리 창출입니다"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한 말이다. 정부의 '일자리 만들기'에 대한 의지는 강건하나 일련의 정책들이 실제 고용 창출로 연결되는 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기업들은 당장의 상황을 헤쳐 나가기 버거워 신규 채용의 문을 굳게 닫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일수록, 지방 소재 기업일수록 신입직 채용 줄이기 현상은 더 심하다.
최근 한 취업포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중 절반 이상이 올해 채용계획을 확정하지 못했으며, 채용을 확정한 기업들도 선발 인원을 30%가까이 축소했다.
◇'꽁꽁' 고용빙하기 본격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채용시장 사정이 좋지 않다는 전망이 쏟아졌지만 새해가 시작되면서 이미 '일자리 대란'은 시작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 성장률을 2%로 예상하면서 연간 취업자 증가폭은 4만명에 그칠 거라고 내다봤다. 작년보다 무려 10만명이나 줄어든 수치다.
실제 인크루트가 지난 12월 중순 상장기업 478개사를 대상으로 일대일 전화면접 조사한 결과, 올해 채용에 나서는 기업은 38.3%(183개사)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을 실시하지 않겠다는 36.2%(173개사), 아직 채용계획을 잡지 못한 기업은 25.5%(122개사)였다. 채용계획 미확정 기업이 모두 구인활동에 나선다고 해도 전년 수준(80%)에 미치지 못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학가에서는 '백수' 꼬리표를 피하기 위해 졸업을 일부러 유예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다수의 학생들이 취업을 준비하고자 휴학과 유예를 반복하기 때문에 이제 4년제 대학에서 '5학년생'은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정부 '쓸 만한' 일자리 만들어야
정부가 새해 들어 야심차게 준비한 '녹색 뉴딜 사업' 정책을 추진하면서 2012년까지 만들겠다고 발표한 일자리는 모두 96만개에 달한다.
우선 4대 강 살리기 등 핵심 사업 9개에 39조원을 투입해 69만개의 일자리를 마련하고, 각 핵심 사업마다 3개씩 연계사업을 추진해 27만개의 일자리를 추가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올 한해에만 6600명의 신규 인턴을 모집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의 일자리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그에 대한 실효성 논란은 '지겹도록' 반복되고 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규모는 거대하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단순노무직, 보조, 잡무, 허드렛일이 대부분인 게 현실이다. 또 새로 마련된 정책보다 기존 사업 명칭을 바꾼 것도 적지 않아 순증한 일자리 숫자는 정부 발표의 1/5(20만개)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희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고용 사정이 워낙 좋지 않은 데다 민간에서 내수를 받쳐주지 못하는 만큼 일단 정부가 재정을 늘려 공공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옳다"면서 "다만 (현재의 정책들이) 가장 좋은 선택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경제위기를 극복한 이후 새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게 시급하므로 여기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즉 당장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단기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이와 동시에 연구개발(R & D) 투자, 창의적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과정 개선, 영세 자영업자의 전직(轉職) 프로그램 개발 등도 동시에 시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공공부문에서 구조조정을 통해 불필요한 인력은 과감히 퇴출시키고 임금을 대폭 삭감한 뒤 (해당 공백분만큼) 유능한 청년인력들을 모집, 기업 전체의 생산성을 올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도 적극 나서야
중앙 정부뿐만 아니라 각 지역 지방자치단체가 좀 더 팔을 걷어 붙여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취업포털 스카우트 조귀열 팀장은 "지자체에서 청년 취업 부분에 예산을 편성, 해당 지역 대학생들의 취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 "지자체 간 경쟁적으로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면 취업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경기도와 시흥시는 공동으로 계층별 취업 서비스 '인투인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는 청년은 물론 노인, 여성, 중장년층 등 전 계층별로 '맞춤형' 취업전략을 소개하며,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도록 구인 업체와 매칭(Matching)해주는 역할을 한다.
지난 2007년 전국 지자체 최초로 계층별 취업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인투인센터는 취약계층까지 끌어안은 성공적인 채용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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