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Q1. 경력단절에 대해 말씀 부탁 드립니다.
경력단절이라는 말이 일상적인 대화에서 쓰는 용어가 아닌 것은 맞습니다. 쉽게 말해 일을 하다 쉬었다가 다시 일을 하는 경우를 말하는데요. 잠시 쉰다는 것이 오래되면 경력단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문적인 용어로 말씀드리면, 경력단절은 노동시장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나 있다가 재진입 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주부들이 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Q2. 주부들의 경우 가사활동을 하다가 취업을 하려고 하면, 취업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취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까요?
우선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이는 경력단절여성뿐만 아니라 구직자라면 누구나 해당되는 내용인데요. 생각을 바꾸면 취업이 보입니다. 특히 주부들의 경우는 수 년간 가사일을 하다가 다시 직업을 찾기 때문에 눈높이를 낮추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자신이 대학에서 무엇을 전공했고 미혼시절 어떤 기업에 다녔다는 것은 재취업을 희망하는 주부들이 잊어야 할 중요한 사항중의 하나입니다. 그런 경력이 발판이 되어 구직을 하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지만 만약 자존심만을 내세운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회사에서는 채용 후 즉시 전력감을 원하는데, 수 년간 경력이 단절된 경우는 그런 회사의 기대에 못 미칩니다. 따라서 취업하고자 하는 기업이나 직무 목표를 낮춰 잡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다음으로 집 안에서의 본인의 모습을 잊으셔야 합니다. ‘집에서 딱 3년만 살림을 하면, 대학을 나온 여자나 나오지 않은 여자나 별 차이가 없다’라는 말이 있는데요. 물론 그렇지 않은 주부님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전업 주부님들의 경우 육아나 살림으로 인해서 흐트러진 모습을 많이 보입니다. 또한, 여가 시간에 동네 주부들과의 모임에는 주로 드라마 줄거리나 쇼핑한 얘기, 남편이나 시댁 험담으로 많이 보내시는데요. 이런 시간에 사회 돌아가는 분위기나 트렌드에 대한 정보 공유를 하시던지, 관심을 가지실 필요가 있습니다.
Q3. 누구나 더 많은 급여를 받고 여건이 좋은 직장에서 일을 하려고 하는데요. 주부들이 재취업할 때 더 좋은 조건에서 일을 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보다 괜찮은 조건의 회사에 들어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취업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네? 바로 취업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은 회사에 들어가는 조건이라니요?)
답변이 다소 생뚱맞을 수도 있는데요. 역설적이게도 괜찮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는 취업을 바로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무슨 말씀이냐면, 가정에서 가사일만 하다가 바로 취업을 하려고 하면 특별한 기술이 없는한 마트 캐셔나 식당 서빙 등과 같은 파트타임 일이라든지, 단순 노동 업무에 해당되는 일만 할 수 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단순 노동만 제공할 수 있는 업무밖에 할 수 없는데요. 이렇게 취업을 하실 경우는 시간이 흐르고 경력이 쌓여도 인정받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는 취업 시장에 바로 진입하시기 보다는 자원봉사를 통해서 장기간 단절되었던 사회생활에 대한 감각을 먼저 익히시는 게 필요합니다. 자원봉사를 통해서 말투, 표정, 의상, 스케줄링 등의 사회인으로서의 기본적인 매너나 업무처리 방법들을 다시금 익히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Q4. 그럼 자원봉사를 통해서 사회감각을 익힌 후 구직활동을 하면 좋은 조건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자원봉사 자체만으로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자원봉사활동을 통해서 사회감각을 익히셨다면, 그 다음단계로는 직무 전문성을 기르기 위한 직업훈련을 받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직업훈련은 여성인력개발센터나 여성능력개발원을 이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 사설학원보다 프로그램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과정이 무료인 것도 많고, 유료과정이라도 수강료가 저렴하기 때문에 취업준비를 하는데 크게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직무관련 교육뿐만 아니라 취업관련 교육도 실시하기 때문에 직무교육과 취업교육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Q5. 여성인력개발센터에 대해 좀더 자세히 말씀해주시죠?
여성인력개발센터는 서울에 14개 기관이 있고 전국에 51개가 있는데요. 경력 단절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를 뒷받침하기 위한 기초적인 직업훈련 및 전문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주요사업으로는 ㆍ지역인력시장에 부응하는 교육훈련 특화 ㆍ취업교육/취업상담 및 알선기능ㆍ직업능력 개발 훈련사업 ㆍ사회/문화생활 사업지원 ㆍ저소득층 여성중심 취업상담 및 알선 ㆍ근로여성 고충 상담 등이 있습니다.
교육서비스 지원대상은 ㆍ경력단절로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 실직자 ㆍ사회에 첫발을 딛는 여성으로서 첫취업을 준비하는 학생 ㆍ시간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직업을 계획하는 무직자ㆍ현재 고용불안성에 대비해서 장기적으로 전직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직장인 등입니다.
진행하는 과정은 일반 유료강좌도 많이 진행하고 있구요. 대부분의 과정이 거주지, 다시 말해 살고계신 구에 상관 없이 신청이 가능합니다. 대상은 이미 말씀드린대로 기혼여성뿐만아니라 취업을 준비중인 미혼 여성이나 졸업 후 구직활동을 하고 계신 여성 분들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신청은 각 과정마다 다른데요. 센터마다 약간씩 다를 수 있으니깐 사전에 자신에게 맞는 과정을 잘 찾아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Q6. 그 외에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나 단체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먼저 고용지원센터가 있습니다. 고용지원센터는 44개의 종합센터와 37개의 일반센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국망 일자리 네트워크와 오프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고용지원센터를 방문하는 구직자에게는 전문 직업상담사의 상담을 통해 구직자의 특성에 맞는 취업지원서비스가 제공됩니다.
직업훈련이 필요한 사람은 직업능력개발훈련 계좌제를 통해 본인에게 맞는 훈련을 받을 수 있구요. 이력서 및 자기 소개서 작성요령, 면접요령 등 취업기술이 부족한 사람은 집단상담프로그램, 취업특강 등을 통해 취업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고, 진로를 정하지 못해 고민하는 사람은 1:1 심층상담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신속한 취업을 원하는 구직자는 곧바로 취업알선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구인기업과 구직자가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구인ㆍ구직 만남의 날도 개최하고 있습니다. 특히 6월부터는 13개 시범 고용지원센터를 지정해 대구종합고용지원센터는 매일 채용행사를 실시하고, 나머지 12개 고용지원센터는 매주 수요일 오후에 채용행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력단절 여성과 고령자를 위한 재취업 프로그램 등 계층별로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고, 또한 취약계층이 일자리 경험을 통해 취업의욕을 높이고 직장생활에 필요한 기초능력을 습득할 수 있도록 ‘디딤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디딤돌 일자리란 취약구직자가 비영리단체, 사회적기업 등에서 5개월 정도 직장생활 경험을 쌓아 일반적인 노동시장의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매개하는 일자리를 말합니다. 노숙인, 여성, 건설인력 등의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민간위탁을 통해 민간의 역량을 활용해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여성능력개발원이 있습니다. 여성능력개발원의 취업•경력개발프로그램은 여성들의 취업•창업을 위한 전문화된 과정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있는데, 크게 2가지입니다.
하나는 실질적으로 취업을 위해 개설된 취업•경력개발과정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소질을 발견하고 전문기술을 배우는 취업준비과정이 있습니다.
프로그램 이수 이후에는 곧바로 전문직업상담사의 상담알선을 통해 취업이 되거나, 자격증에 합격해서 직업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취업에 아직 자신이 없어서 망설이는 분들이나, 좀더 본인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찾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사후지원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후지원프로그램은 면접, 이력서쓰기와 같은 취업에 당면해서 지도를 받을 수 있는 취업세미나, 취업이나 창업에 성공한 선배의 경험을 함께 나누는 멘토링 프로그램, 현장사업장방문과 자금지원정보로 구성된 창업지원프로그램으로 이뤄집니다.
Q7. 주부님들이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이유가 집안일 때문인데요. 일을 하게 되면 아무리 집안 일을 신경쓴다고 해도, 집에서 살림만 할 때와는 차이가 나잖아요? 남편이나 다른 가족들이 아무래도 도와주지 않으면 힘들 것 같은데 어떻게 도움을 구하는 것이 좋을까요?
많은 분들이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실제로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집안일 도와줄 마음은 없으면서 와이프가 돈 벌어오기를 바라는 간 큰 남편이 여전히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주부의 적극적인 사회활동은 남편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우선, 남편에게 일을 하게 될 경우에 예상되는 집안 환경에 대해 이해를 시키고, 같이 하자고 도움을 청하셔야 합니다. 예를 들면 먼저 퇴근하는 사람이 설거지를 하거나, 빨래를 돌리는 등의 역할분담을 해야 합니다.
둘째, 남편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지난 달에 제가 노원여성인력개발센터에 강의를 갔었는데요. 본의 아니게 제가 원성을 듣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수강생들이 대부분 주부님이셨구요. 남자는 저밖에 없었기 때문인데요.
집안일에 관한 남편들의 협조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설거지나 청소는 바라지도 않는다, 먹은 그릇이나 싱크대에 담궜으면 좋겠다라는 말씀들을 하셨는데요. 남편 분들께서 집안일을 도와준다는 생각자체를 바꾸셔야 합니다. 집안일은 도와주는 게 아니라 같이하는 것입니다.
셋째, 집안일을 리모델링해야 합니다.
살림만 사실 때는 눈에 보이는 대로 집안일을 하셨더라도, 일을 하게 되면 집안일도 효율적으로 해야 합니다. 시간 절약을 하시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집에 계실 때 5분 간격으로 하는 일을 정리해서, 불필요한 일이나 시간을 줄이셔야 합니다. 최대한 동선도 짧게 하고 일은 몰아서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장도 일주일에 한 번만 보고, 생필품은 월 1회 구매하는 등 조절이 필요합니다.
Q8. 마지막으로 재취업을 고민하는 주부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많은 여성이 임신 출산 육아 등으로 경제활동을 포기한 후 다시 직장으로 복귀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복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프로의식이 필요합니다. 자녀들 학교보내고 마냥 집에서 쉬는 것이 무료해 직장을 갖겠다는 마음가짐으로는 곤란합니다. 마실 나가듯, 조금만 힘들어도 포기하는 식이면 절대 다시 일할 수 없는데요. 재취업에 나선 많은 주부들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어려움을 토로하는데, 그 순간을 견디지 못하면 다시는 일을 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일을 하셔야 합니다. 자신감과 근성을 가지고 끝까지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