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에세이]09-08
실직의 고통, 나누면 반으로 준다!
조귀열 _ ㈜스카우트 홍보팀장
모처럼 대학 선배와 동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우선, 반가움에 소주 한 잔을 들이키고 일상의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오늘은 몇 년 만에 보는 한 선배가 눈에 띈다. “형, 오랜만입니다. 어떻게 지내요?”돌아온 답은 “잘 쉬고 있어. 정부가 주는 실업급여 덕에 밥은 먹고 산다”고 했다.
나의 뇌리에 삼팔선(38세 은퇴)이 스쳐 지나갔다. 선배는 그 직장에서 7년이나 있었던 터라 필자에게는 더욱 묘한 감정이 교차했다. 나는 다시“형 내가 취업사이트에 있는데 연락이라도 한 번 하지 그랬어요?”물론 내가 어떤 큰 도움을 줄 수는 없지만 함께 고민하며 자기소개서 작성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었다며 아쉬움을 보였다.
나 또한 실직의 신세를 몇 번 겪어봤기에 그 심경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실제로 구직활동의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 할 수 없다. 처음 몇 달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설마 내가 어디라도 갈데 없을까? 자신감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지나면 그 용기는 어디로 갔는지, 초조한 마음만 든다.
지금으로부터 약 6~7년 전 필자가 겪은 일이다. 가는 회사마다 부도가 나고, 어떤 회사는 경영진이 투자자의 돈을 횡령해 도주하는 바람에 또 다시 직장을 잃어야만 했다. 덕분(?)에 나는 다양한 기업의 명함을 소유하게 되었다.
오죽했으면 차라리 내 월급은 내가 주자고 마음먹고 친구랑 사업을 시작했다. 사내벤처기업으로 시작했지만 금세 백기를 들고 다시 봉급쟁이가 되었지만.
이미 삼팔선을 넘어 사오정(45세 은퇴)을 향하고 있는 선배들의 삶의 무게가 그날따라 고스란히 전해오는 것 같았다. 우리네 삶이 쓴 소주의 맛과 너무나 흡사한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가 그날의 술은 더욱 쓰렸다.
이번에는 전직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한 선배의 이야기이다. 40대 초반의 선배는 약 15년간
한 업종에서만 근무했다. 선배는 이제 곧 한계가 올 것 같다며 걱정을 토해냈다. 전직은 말
그대로 자신의 직업을 바꾸는 과정이다. 그만큼 철저한 준비가 뒤따라야만 화려한 제2의 인
생을 열수 있다.
선배는 철저한 준비 없이 전직을 노크해서 그런지 마음에 상처만 받았다. 자신의 현재 연봉보다 턱없이 낮은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선배는 우선 전직을 포기하고 차후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준비를 해야겠다고 했다.
필자가 언급한 두 선배의 경우, 누구보다 열심히 자신의 업무에 매진해온 사람들이다. 그리
고 현재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 우리 속담에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현재의 일터에서 하루하루 업무와의 전쟁을 펼치느라 제2의 인생을 준비
하는 과정은 소홀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위기 상황을 대비해 몇
가지 준비는 해 놓아야 할 것이다.
▲질적 인맥을 쌓아라
자신이 가진 능력도 중요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를 쌓는 것도 큰 경쟁력이다. 넓고 얕은 인
맥이 아닌 자신이 힘들 때 자신을 지지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많이 만들자. 동종업계 모임에
는 적극 참여하는 것이 좋다. 뿐만 아니라 친목 성격의 모임이나 각종 세미나에 적극 참여
하고, 단순한 회원보다는 간부가 되는 것이 유리하다. 디지털 인맥관리와(블로그, 미니홈피
등) 명함관리는 기본이다.
▲이직 시기를 고려하라
이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한 감정만으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상사에 대한
불만, 직장에 대한 회의, 다른 회사에 대한 동경 등 외부 요인에 영향을 받아 이직을 결정
하게 되면 현재보다 훨씬 안 좋은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최소한 6개월 정도의 시간을
가지고 자기계발과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어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평판관리 철저
평판은 직장 생활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인사담당자들이 경력사원을 채
용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평판이다. 요즘 기업들은 채용 전 평판 조회를 의
뢰하는 것이 일반화 되고 있는 추세고, 경력자의 경우는 동종업계로 이직 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평판에 소홀히 해서는 살아남기 힘들다.
▲업무 인수인계를 완벽히 하라
이제 나와 상관없는 떠나는 회사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퇴사하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업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인수인계를 하여 성실하고 긍정적인 인상을 남기도록 하자.
▲잦은 이직은 금물
연봉이 높거나 더 좋은 조건을 제공하는 회사로의 이직을 원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회사를
너무 자주 옮기는 사람은 신뢰를 주지 못한다. 역량개발과 경력관리 차원에서도 도움이 되
지 않고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가 쉽다.
무엇보다 실직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널리 알려서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 내가 받은 도움은 훗날 내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에 ‘인간 만사는 세옹지마’라 하지 않던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