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에세이]2010-01월
‘지나친 압박면접, 구직자에게 상처가 된다!’
조귀열 _ ㈜스카우트 홍보팀장
마침내 2010년 경인년(庚寅年) 새해가 밝았다. 지난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바뀌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있어 많은 변화가 있었고 어느덧 그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무수한 사회변화 속에서도 변치 않은 것 중 하나가 바로 청년 실업문제가 아닌가 싶다. 변화라는 표현보다‘가중’이라는 단어 선택이 어울릴 것 같다. 이를 증명하듯 20대 청년을 일컫는 신조어로 ‘88만원 세대’가 나왔고, 2009년에는 부당한 시급을 받고 일하는 10대 청소년을 일컫는 신조어로 ‘44만원 세대’까지 나왔다.
지난해 11월 아침 뉴스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지원국으로 가입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감동이 벅차 올랐다. 또 최근에는 무역협회가 무역의 날을 맞아 2014년도 세계 8대 무역대국으로 자리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내놓기도 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청년실업자 그리고 실직자의 수도 줄어들겠다며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절망의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작금의 현실을 두고 ‘동상이몽’이라고 말하고 싶다. 앞서 언급한 ‘88만원 세대’와 ‘44만원 세대’그리고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 숫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경제는 성장하고 나라는 강대국이 되어가는데 서민들의 삶은 그리 녹록하지 않고 있다. ‘꿈보다 해몽이 좋다’고 한 것처럼 나의 생각이 꼭 그런 것 같다.
한편 취업은 했지만 워킹푸어(직업을 갖고 일은 하지만 가난한 사람)족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바람직한 사회현상이 아니다. 노동의 대가로 풍요로운 삶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액의 연봉자는 더 많은 연봉을 받기 위해 투쟁하며, 대기업은 하청기업의 납품가격 인하를 위해 윽박지르는 행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또한 우리사회의 여러 문제점 가운데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인사가 만사’라는 철학을 잊고 사는 것 같다. 최근 기업은 인재 유치전쟁보다는 인재 선별전쟁을 벌이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행복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인사담당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구직자들에게 아픈 가슴에 또 상처주기가 쉽다. 한번 더 생각하면 고객이자, 함께 일할 동료가 될 지 모르는데 하는 아쉬움이 들 때가 많다.
며칠 전 한 신문사의 지면에서 깜짝 놀랄만한 기사를 접했다.
지난달 말 ㄱ씨는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상대는 대뜸 “○○서 경찰관”이라고 했다. 그 ‘경찰관’은 “당신 친구 △△△씨가 폭행죄로 유치장에 갇혀 있다. 원래 행실이 이러냐?”고 물었다. ㄱ씨는 “왜 그걸 묻느냐. 그렇지 않다”며 전화를 끊었다. 몇 시간 후 친구가 “회사 면접 때 이뤄진 일”이라고 해명하고 나서야 당혹스러움이 풀렸다.
그러나 친구의 면접을 위해 ‘왜 폭행범으로까지 몰아넣는’ 상황극을 회사가 만들었는지 어이가 없고 화가 났다.
모 대기업 하반기 채용과정에서 벌어진 ‘압박면접’의 일화다. 면접관이 구직자에게 “위급한 상황에서 진짜 도움 줄 수 있는 친구가 몇 명이나 있느냐”며 친구 연락처를 물은 뒤 경찰관을 사칭해 즉석에서 전화를 건 것이다. 면접 과정임을 밝히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기에 구직자는 일일이 친구들에게 해명하며 땀을 흘렸다. 모 대기업 측은 “일부 지원자에게 이런 질문이 이뤄진 것은 사실”이라며 “모두가 교우관계가 좋다고 말하기 때문에 답변의 정직성과 실제 교우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면접 기술 중 하나였다. 친구들이라 이해할 줄 알았다”고 설명했다. <경향신문 11월 30일>
기사의 내용은 대기업 채용 과정에서 ‘압박면접’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일부 기업만이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인재선별에 어려움을 겪자 ‘압박면접’을 통해 옥석을 가려내려고 한다. 인사담당자의 입장에서는 위기 상황을 연출해 어려움이 닥쳤을 때 어떤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주는 지 평가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한 방법이라고 해서 그냥 넘어가기에는 도가 지나치다.
물론 인사담당자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모두 화려한 스펙들로 무장을 했으니, 면접에서 승패를 가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도를 넘지 않은 범위에서 다양한 이색면접을 거쳐서 인재를 선별해야 할 것이다. 면접자에게 상처를 주는 압박면접은 자중되어야 할 것이다.
2010년 성공취업의 키워드는 바로 ‘면접’이 될 것이다. 구직자는 면접관의 당황스러운 질문에 마음이 흔들려서는 안될 것이다. 면접관의 숨은 속뜻을 알고 있다면 한결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이미 면접장에 들어섰다면, 기업은 당신을 뽑을 의사가 있다는 것이다. 핀잔과 당황스러운 질문 앞에서 주눅들기보다는 어려운 시험을 치르고 있는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하길 바란다.
올해는 호랑이 해이다. 용감한 호랑이처럼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는 구직자가 되길 바란다. 용감한 구직자가 취업의 축포도 먼저 쏘아 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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