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에세이] 2010-03월
초심(初心)으로의 회귀(回歸)
3월의 봄기운이 살짝 얼굴을 내밀고 있다. 지난겨울은 오랜만에 보는 폭설에, 한파까지 겹쳐서인지 힘겨운 겨울나기였다. 덕분(?)에 서울 도심에서 긴 고드름을 자주 볼 수 있어, 잠시나마 옛추억을 회상하게 해 주었다. 어릴 적 처마 밑에 매달려 있던, 고드름들이 오롯이 떠오른다. 과거회상을 하던 중 문득 ‘초심’에 대한 생각이 스쳐지나 갔다.
초심(初心), 사전에서는 처음에 먹은 마음이라고 한다. 매우 간단한 정의이고, 어렵지 않게 실행이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초심을 유지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현재 직장을 다니고 있는 직장인, 구직중인 구직자 누구나 한 번쯤은 자기소개서를 통해 ‘초심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라는 문구를 써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입사 후 또는 구직기간이 길어지면 야속하게도 초심은 말 그대로 ‘처음의 마음’이었지, 현재의 마음과는 소원(疎遠)해지기가 쉽다.
2010년의 현재, 세상은 참으로 치열하고 그리고 매정하게 돌아가고 있다. 삼성, LG 등 대기업에서 지난해 보다 조금 숨통 트인 채용소식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뉴스뿐일 수도 있다. 물론, 세상을 살다 보면 ‘행운’이라는 것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나누어지지는 않는다. 흔히들 ‘취업 운’, ‘직장 운’ 또는 ‘금전 운’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운이 좋은 사람은 더러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보면서 자신의 신세 탓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항상 초심을 지켜가는 사람들이라면, 타인의 ‘취업 운’, ‘직장 운’ 또는 ‘금전 운’에 마냥 부러움과 질투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처음 구직시장에 뛰어들면서 취업이 되는 그날까지 이력서 100통은 넣어보겠다던 각오, 정부나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적극적인 참여 계획, 그리고 하루 취업사이트 3곳 이상은 꼭 접속하겠다던 다짐, 수험생처럼 열심히 공부하겠다던 목표 등 많은 초심들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자신의 초심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아직 취업의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럴 때 스스로 ‘취업 운’이 없다고 하소연하기보다 ‘대기만성’이라는 말처럼 조금 뒤에 큰 운이 찾아오리라는 긍정의 힘을 한번 가져보길 바란다.
얼마 전 두 명의 친구와 자주 연락을 주고 받았다. 한 친구는 대기업에서 근무 중이고 다른 한명은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 회사가 조금 성장해 이제는 중견기업으로 불릴 만한 곳이다. 우선,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는 요즘 좌불안석인 모양이다. 예전 같은 자신감보다는 ‘헤드헌팅’이나 ‘이직’이라는 단어를 자주 꺼내 들고 나에게 조언을 요구하고 있다.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참으로 매정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견기업에 근무중인 그 친구는 얼마 전 놀랄만한 연봉상승 소식을 들려주었다. 게다가 착실히 실력을 인정받고 있어 그런지 당찬 모습도 보기가 좋았다. 처음 시작이 조금 늦고, 낮은 곳에서 출발하지만 등고자비(登高自卑)의 뜻을 잘 해석해보길 바란다. 물론 처음부터 높은 곳에서 더 높은 곳으로 오른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가끔은 과욕을 삼가는 것도 삶의 지혜이다.
바야흐로 2010년 상반기 취업시즌이 다가왔다. 성공적인 취업과 이직 그리고 승진의 비책은 바로 초심(初心)으로의 회귀(回歸)일 것이다. 지면을 통해 상반기 취업을 대비한 세 가지 비책을 전하고자 한다.
첫째,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유의사항으로 타인들과 비슷비슷한 문구보다는 나만의 이야기를 어필하길 바란다. 꼭꼭 숨은 나의 경력들을 꺼내 놓고, 간결하고 자신감 넘치는 문체를 구사해보길 바란다.
둘째, 토론 면접은 자신의 주장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피력할 수 있는 지, 그리고 타인의 대화를 얼마나 잘 경청하고, 요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또한 타인과 팀워크를 얼마나 잘 이뤄낼 수 있는지도 보려는 것이다.
셋째, 이미지 메이킹은 나의 외모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면을 변화시켜 그 변화가 외모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나의 생활 태도와 생각을 바꿔야만 진정한 이미지 메이킹이 가능하다.
2010년 3월은 ‘초심으로의 회귀’라는 테마로 삶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길 바란다. 아마 꼭꼭 잠긴 취업의 관문도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행운의 열쇠’가 건네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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