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제빵왕…기술배우기 열풍
[포커스신문사 | 김세혁기자]
전문기술만이 살길 열기 후끈
중ㆍ장년층‘시니어 창업’ 유행
대학가도 전문대 재입학 바람
정년퇴임을 앞둔 중소기업 임원 김원태(59)씨는 요즘 제빵기술을 배우느라 열심이다. 평생 사무실에서 있했던 김씨는 퇴직 후 일거리를 찾던 중 친구의 권유로 제빵기술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시니어 창업이 유행이라지만 대책없이 시작할 수 없어 기술을 선택했다”며 “예전에 공고나 상고에 진학하면 ‘패배자’로 보던 인식이 강했지만 요즘은 조금이라도 젊을 때 기술을 배우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의 한 직업전문학교에는 저녁시간이면 30, 40대 직장인들이 몰려 자동차 정비술을 배우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대기업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한 교육생(30)은 “정규직으로의 전환이 쉽지 않다고 생각돼 나름의 경쟁력을 갖기 위해 정비기술로 눈을 돌렸다”며 “열심히 해서 정비소 사장님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화이트 칼라’들의 변신바람이 거세다. 50대 정년을 마치고도 무려 10여년을 더 왕성하게 활동해야 하는 중ㆍ장년층뿐만 아니다. 고용시장 불안으로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기술만능주의가 점차 뿌리내려 사무직을 과감히 던지고 블루칼라의 길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IT와 디자인, 자동차, 웨딩, 미용, 와인 등 비교적 인기있는 분야를 다루는 전문학교에는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직장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특히 최근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고공행진에 편승해 제빵학원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기술을 습득하고자 하는 열풍은 상아탑에서도 거세게 불고 있다. 인크루트가 최근 4년제 대학생 505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기술에 강한 전문대에 입학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는 응답자가 64.8%에 달했다. 전문대에 진학할 경우 선택하고 싶은 전공으로는 남학생의 경우 기계공학과(11.4%), 여학생은 간호학과(19.1%)의 강세가 뚜렷했다. 치기공과, 컴퓨터공학과, 미용학과, 제과(제빵)학과도 수위를 차지했다. 당장 전문대로 편입하거나 졸업 후 전문대에 재진학하겠다는 응답자도 9.1%나 됐다.
취업전문가들은 기술을 배우기로 마음먹었다면 정부에서 수강료를 지원하는 전문직업학교를 찾아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것을 권한다. 실직자나 계약직 근로자라면 200만원 상당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고용노동부의 ‘직업훈련 계좌제’를 활용할 만하다.
스카우트HRD 조성원 사장은 “화이트칼라가 블루칼라(기술직)로 변신하는 것은 고령화로 가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소득보다는 적성을 고려하고, 직업에 대한 수요나 전문성을 감안해 기술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세혁기자 zaragd@focus.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