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세대 정년 늘리면 내 일자리는..” 불안한 청년들 기사입력
일부 임시직을 제외한 한정된 채용시장에 베이비부머와 청년층 간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일자리 부족문제가 ‘신·구세대 간 갈등’이란 사회적 문제를 불러올 수 있어 지금이라도 청년층과 중장년층 일자리 해결을 위한 통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청년층, 정년연장에 일자리 축소 우려
정부는 내년부터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정년을 연장할 경우 임금 감소분의 일정액을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임금피크제 개편을 추진 중이다.
2003년부터 기업 자율적으로 도입돼 운영 중인 임금피크제는 올 6월말 현재 종업원 100인 이상 사업장 8399곳 중 11.2%(937곳)가 시행하고 있다.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적용사업장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고용부의 전망이다.
하지만 청년구직자들 상당수는 고령화대책으로 시행중인 임금피크제를 통한 정년연장이 청년취업에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해하고 있다.
수도권의 4년제 여대를 졸업하고 올해로 3년째 구직활동중인 K씨는 “기업별로 정년연장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청년층 일자리는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변양규 박사는 “기업들이 은퇴자들에 대한 파트타임 도입 등 유연한 채용시스템을 활용한다면 청년인턴 같은 신규 일자리는 늘어날 수 있지만 풀타임 직원 채용 등 양질의 신규 일자리는 반대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일률적인 정년연장이 회사의 세대교체와 신입직원 채용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며 여러 차례 반대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일자리 창출, 유연한 운영 중요
취업 전문가들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없이는 세대간 갈등 양상이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스카우트 임웅환 대표는 “우리나라 근로자의 상당수는 중소기업 종사자로, 청년 구직자들이 대기업이나 공기업을 희망하지만 결국은 대부분이 중소기업으로 가게 돼 있다”며 “우수 퇴직자들이 중소기업의 사무직으로 이어진다면 청년구직자들에게는 큰 시련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정부가 경력자와 신규인력에 대한 적절한 비율을 조정해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고 대기업들이 실적 극대화를 통해 투자 등을 늘릴 경우 중소기업으로 돈이 흘러 들어가는 ‘적하현상’(trickle-down effect)이 두드러져 중소기업도 많은 인력을 채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청년층의 특정기업에 대한 쏠림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과 정부 정책이 보다 유연하게 운영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인크루트 이강석 대표는 “상대적으로 일자리 수요가 높은 서비스 산업 육성 같은 방향성 있는 정부의 정책 시행 및 지원이 필요하다”며 “임금피크제는 고령화·저출산 시대에 적합한 제도지만 한국 특유의 비탄력적인 고용시장을 감안할 때 보다 유연하고 특성에 맞는 방향으로 운영하도록 장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너무 대기업, 공기업 취업만이 정답인 것처럼 여겨지는 사회인식 개선은 모두 함께 바꿔나가야 할 과제로, 중소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 진출 및 도전적으로 창업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 여건 조성 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세대 간 갈등 방지 논의 시작해야
서강대 사회학과 전상진 교수는 “노동시장은 세대 간 노동층이 달라 현재로서는 충돌의 우려가 크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한정된 노동시장에서 파이를 어떻게 나누느냐에 대한 문제가 지속될 경우 세대 간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을 통한 시장 파이를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기업 사정과 정부의 정책적 한계상 양질의 일자리 공급이 한계에 부닥칠 수 있는 만큼 세대간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인 논의가 본격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각 세대의 일자리 정책을 정리해 세대 간에 일어날 수 있는 갈등 해결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도 부처별 이기주의를 버리고 정책적인 공동체를 형성,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