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으로 가려는 IT 경력직을 위해...
안녕하세요...
한달 넘게 구직활동을 하며 신입직과는 달리 경력직의 이직 특히 IT 계통의 그것은 일반 구직과는 다소 차이가 있음을 느끼게 되어 몇자 적어 봅니다. 저는 1998년 후반부터 중대형 닷컴 기업에서 웹기획자로 일해왔습니다. 운이 좋아서인지 해당 업체들은 현재도 약진하고 있는 상황이라 서류 전형시 웹기획/컨텐츠 기획자로써 통과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올해 4월 기존 회사를 그만두면서 한가지 결심을 한 것이 있는데 이번엔 작은 회사가 아닌 대기업으로 이동을 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현재 벤처기업에 다니는 분들도 저와 같은 생각을 자주 할 것입니다. 이유야 다양할테니 굳이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저도 솔직히 말씀드리면 국내 손꼽히는 대기업은 생각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저 100인 이상, 설립 3년 이상의 IT쪽 대기업을 생각하고 있었죠. 근데 원서를 넣다보니 LG, SK, 삼성의 사업부서와도 어떻게 연결이 되었습니다. 몇몇 대기업 부서장님들과 면접을 하다보니 제 부족한 점도 잘 알게되고 나름대로 면접 전략이라는 것도 생각하게 됩니다.
제 면접은 일반 신입 면접과 달리 부서장과 1:1 면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아마 경력직이면서 이직을 바라는 분들이 면접볼 때 이런 사이트에서 별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신입직의 경우 이렇게 면접을 보라, 저런 걸 준비하라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경력직은 많이 다릅니다. 직설적 비유를 하자면, 신입사원은 다이아몬드 원석이고 경력직은 이미 가공된 나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면접시 신입사원은 '가능성'을 얘기하고 그것을 통해 입사를 할 수 있지만 경력직은 철저하게 '현재성'을 얘기해야 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면접을 본 것은 SK쪽 사업부분에서 독립법인화한 자회사였습니다. 1시간동안의 면접동안 부서장과 팀장 두분이 배석한 가운데 여러가지 얘기를 했습니다. 기술직과 달리 웹기획쪽은 그 사람의 인성과 마인드, 지식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제가 좀 당혹스러웠던 것은 상당히 고압적인 자세의 부서장님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벤처기업의 경력직 면접은 상당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루어집니다. 대기업과는 달리 직무에 대한 충실성 뿐만 아니라 비지니스를 직접 추진할 마인드가 필요한 경력직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기업 임원급의 생각은 조금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사람의 능력보다는 기업 적응력과 조직 융화력을 우선시하며 그것에 조직에 대한 헌신성이 가미되어야 한다는 관점 같았습니다.
이런 관점은 어제 면접을 봤던 LG 그룹에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현재 진행중인 SK그룹의 경력직 공채와 제가 따로 입사 지원을 해서 치뤘던 다른 두 기업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공채의 경우 질문 사항은 좀 더 형식적이라면 개별적으로 진행된 면접은 보다 현실적인 질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저처럼 벤처기업에서 출발해서 대기업으로 진입하려고 시도하는 사람에겐 이 부분이 대단히 중요한 고민이 될 것이라 봅니다.
오늘 LG에서 부서장님과 면접을 볼 때(이분은 전형적인 대기업 부서장님 같더군요 ^^;;) 지나치듯 했던 얘기가 기억나네요, "쫄따구 논리를 알아야 해..." 이런 얘기도 하더군요, "이렇게 옆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실제로 들어오게 되면 상당히 갑갑할 것이다. 더구나 인터넷 기업에서 일하고 있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이런 것 견디고 들어올 용의가 있느냐?" 모두가 그렇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그런 얘기를 하는 건 당연하다고 봅니다. 대기업이란 결국 우리가 알고 있던 관료적 조직의 전형이라 볼 수 있고 그런 곳에서 바라보는 벤처기업이나 인터넷 기업은 자유스러움의 전형쯤으로 여겨질 것입니다... 실제로는 꼭 그런 것도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요.
정리하자면 현재 벤처기업 혹은 닷컴 기업에서 경력을 쌓고 대기업으로 지원하려는 분은 기본적인 실력과 더불어 관료조직을 견뎌낼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보수적인 성향의 분이라면 좋을 수도 있겠죠. 아니라도 별 상관은 없겠지만 맨날 창밖을 바라보며 옛날을 그리워할지도 모릅니다.
LG쪽 면접 결과는 열흘후에 알려준다고 하더군요. 제가 오늘 결혼을 하는 바람에 일정을 연기해 달라고 했지요. 가능성은 반반인 듯 합니다. 신혼여행을 다녀오면 외국계 보험회사에 면접을 봐야하고 일주일 후엔 SK 경력직 면접을 봐야 합니다. 누구 말처럼 어디를 가든 다르겠냐 싶긴 하지만 지금 상황이라면 먼저 오라는 곳으로 갈 것 같습니다. 벤처기업 3년 있으면서 이젠 별 생각없이 조직속으로 스며들어가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겠다 싶거든요. 3년뒤엔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끝으로 한가지만 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열심히 살아오신 벤처기업의 IT 경력자 여러분! 여러분의 경력은 생각보다 그렇게 허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너무 싼값에 끌려 다니지 마십시오. 자신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하고 대기업 임원진과 면접을 하더라도 당당하게 구십시오. 신입사원도 아닌데 단지 대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주눅들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해야할 얘기와 하고 싶은 얘기를 정확히 하십시오. 그리고 앞서 얘기했던 개인의 역량보다 조직적 역량을 중요시하는 대기업 문화를 존중하십시오. 그것이 개개인의 단편화와 도구화를 의미하는 것인지 조직적 성과를 위한 것인지는 스스로 판단해야할 것입니다. 그건 저와 여러분이 함께 도전하는 새로운 조직이 던지는 첫번째 질문일지도 모릅니다.
건승을 기원하며...
: 다시 취직하고 잡은 욕심이 나네요
: 계약직은 어떤 것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