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방법으로 죽으실랍니까, 돈은 있으십니까.
궁금하네요.
어떤 방법으로 떠나실겁니까.
목을 매려고 해도, 밧줄 살 돈이 필요하고.
수면제로 하직하려 해도, 약 살 돈이 필요하고.
산에 올라가 얼어죽으려 해도, 거기까지 가는데 교통비와 입장료가 필요합니다.
한강에서 떨어질라 해도, 역시 거기까지 가는데 교통비와 발품이 필요합니다.
손목을 그으려고 해도, 칼을 예리하게 갈려면 시장가서 돈주고 갈아와야 합니다.(칼가는 숯돌은 있으십니까.) 면도칼로 하시려면 것두 새 거 사와야 효과 만빵임니다. 무딘건 열라 안듣습니다, 아프기만 대따 아프죠.
요즘 쥐약, 인체엔 효과없는 거 아시죠.
그럼 농약 살 돈은 있으십니까.
백합향 맡으며 화려하게 죽을라구 해두, 꽃 살 돈은 있으십니까.
저는 아사직전입니다, 돈 전혀 안들죠, 시간만 오래 걸립니다.
(돈 없으시면 한번 실행해보시겠습니까?)
그런데 여기 스카우트에서 제 별거 아닌 글을 님들이 많이 읽어주셨다구 상품권 보내주시겠답니다.
저, 그거 받으면 할인매장 갈 겁니다.
한달동안 먹을 식량 살겁니다,
수제비 해 먹을 밀가리 푸대 짊어지고 올겁니다.
간 맞출 간장 한 병도 옆구리에 끼고 올겁니다.
이젠 억울해서 못죽겠습니다.
서류전형이요? 면접전형이요?
전 학벌딸려서 그런 서류, 면접장 구경도 못했습니다.
그저 작은 개인회사나 기웃거립니다.
제가 나이나 적습니까, 힘 쎄서 막노동이라도 할 수 있는 남정네이길 합니까.
이력서 매일 뿌려대도 연락오는 곳, 아직 열 손가락 안에서 꼽습니다.
겨우 면접보고 와도 꽝인 날... 이젠 안셉니다.
세봤자 소용없습니다.
제 방엔 수면제 100알하구 소주 한 병 있습니다.
이거 사놓은지 꽤 오래됐습니다.
돈 없으시면 이거라도 드릴까요?
아, 받으러 오려고 해도 교통비가 필요하고,
제가 보내드리려해도 운송비가 드는군요.
만약 돈 있으시면 저랑 비슷하게 미리 구비해놓으십시오.
진짜 세상 떠나고 싶을 때 떠날 돈두 없으면 엄청 비참합니다.
그렇지만 이게 더 유용한 때는 살려고 용기낼 때 입니다.
정말 살고 싶어서 세상과 맞짱뜰 때, 세상 니가 죽나 내가 죽나 협박할 때 - 아주 쓸만합니다.
이걸로 내가 언제든지 세상 뜨고 싶으면 뜰 수 있다, 이게 무지 안심되서 하루하루를 견디게 해줍니다. 전 이 식으루 지금까지 버텼습니다.
굶어죽기 직전이래두 아직은 안먹을겁니다.
아깝게 왜 그걸 먹구 죽슴니까, 저 굶어죽으면 님이 와서 가져가십시오.
것두 엄연히 돈주고 구입한 겁니다, 백수끼리 그런거라두 나누는 정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님두 지금 굉장히 살고 싶으시죠.
진짜 죽으려는 사람은 이런 식으로 엄살 안부립니다.
아무도 모르게 정말 어느새 죽어버립니다.
제가 죽을려고 별 짓 다 해봐서 압니다, 주변 사람들 제 엄살에 노이로제 걸려 연락 끊은 사람들 꽤 됩니다.
누군가에게 '죽을거야' 통보하는 건,
사실은 자신도 모르는 내면에서 '살고 싶어, 나 좀 살려줘' 이러고 외치는 거라는 거.
내가 죽는다고 하면 누가 하나라도 말려주고 다독여주고 살아보라고 힘내라고 말한마디라도 해주길 기대하는 심리인 거.
님두 알고 하시는 겁니까, 모르고 하신 겁니까.
힘들면 엄살 부리세요, 그러라고 이런 게시판두 있지않습니까.
저두 오늘 혼자서 엄청 울었습니다, 화장지 쓰기도 아까워서 손등으루 쓱쓱 눈물닦구 세수도 안하구 여태 이러구 있습니다.
님, 절대 '죽는다'는 공수표 날리지 마세요.
그런 인간 치구 죽는 인간 못봤습니다, 제가 그 표준 모델임니다.
제 주위엔 파산신청하구도 꿋꿋하게 사는 아이가 있습니다.
님, 지금 파산 직전이십니까.
제 친구 하나는 지 어미 병원비루 막노동으루 겨우 버는 돈 다 쓸어넣구 있습니다.
님, 누구 병원비 대주셔야 합니까.
제 쌀독은 바닥났습니다, 냉장고? 덩치가 아깝습니다.
님, 배고파서 꿈 속에서 이력서 쓴 종이 뜯어먹어 보셨슴니까.
우는 소린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슴니다.
그렇지만 님은 아직 죽을 자격 없슴니다.
여기에 글 쓸 기력이 남아있으니, 자격 미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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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볼땐....
: 이젠 죽을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