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제도 꽝인 날이었습니다.
이력서 보낸 곳에서 한군데도 연락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 끼라도 절약하려고 초저녁부터 잠들었습니다.
새벽에 눈이 떠지는데
님의 '그럼 다음 세상엔 좋은 얼굴로 만나길 기원합니다.'
이 말이 턱하니 명치끝에 걸리더군요.
어째 자기 목숨줄갖구 이렇게 가볍게 생각하누...
증말 열뻗치더군요.
그래서 몇 자 더 추가해서 적습니다.
다음 세상 운운하신 걸 보니 윤회의 개념을
어느정도 믿으시는 거 같은데
님이 염라대왕 입장에서 생각해 보십시오.
징징거리며 못살겠다고 올라온 인간하구
구걸이라두 하며 살다 얼어죽은 인간하구
어떤 인간이 더 이뻐보이겠습니까.
만약 그 때 재벌3세 자리라도 있다 - 그럼 염라대왕이
누구한테 그 자리를 주겠습니까.
분명 염라대왕은 님한테 이럴겁니다.
'그런 정신상태면 저런 자리 줘도 뻑하면 힘들다고
마약처먹고 난리칠거 아니냐, 이넘아'
아시겠습니까, 님의 다음 세상은 지금보다 더 나빴으면 나빴지
결코 더 좋을 순 없습니다.
그리고 님, SF영화도 못보셨습니까.
다음 세상은 끝내주는 디지털 세상입니다.
많이 배운 양반들이 80대 20이 어떻고
부익부, 빈익빈이 어떻느니 - 열심히 떠드는 세상입니다.
벼라별 개성적이고 엽기적인 모습으로라도
제 밥벌이 할 인간들이 더 많을 겁니다.
우리나라두 엄마들 극성 조기교육에 치맛바람 생각해보면
열라 똑똑한 인간들도 많겠지요.
그 세상 속에서 님, 밥벌이 할 자신 있으십니까.
쉽게 말씀드리면 지금은 1명 제치면 1등 먹을 수 있지만,
다음 세상에선 최소한 5명은 제쳐야 1등 먹을 수 있습니다.
머리 나쁘시지 않으면 어느 쪽이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잘 아시겠죠.
시대를 거슬러 생각해보십시오.
'잘 살아보세~' 새마을 운동하던 시절,
드라마 '모래시계'에 나왔던 그 시절,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주인공이 분신자살했던 시절,
님이 그 시절을 살았다면 어땠을거 같습니까.
머릿속에 먼가 들어있었다면 사상범으로 고생했을거고,
암것도 몰랐다면 하루 한 끼 입에 들어갈 먹거리에도 목숨걸었을 겁니다.
더 거슬러 가볼까요?
6.25 전쟁터는 어떻습니까, 단 1초사이에도 생과 사가 오가는
피마르는 세상 말입니다.
그럼 일제시대는 어땠을까요,
소위 지식층은 우리나라 처지에 비관하고
문학인들은 배고픔에 못이겨 절필하고
학도병으로 끌려간 학생들은 전쟁터에서 총알받이로 죽어가고
암것두 모르는 하류층은 조센징이라고 멸시받아가며
먹고살기위해 종살이, 몸두 팔았습니다.
...더 얘기할 것두 없겠지요.
전 세상이나 앞으로의 다음 세상이나 지금보다 나을거 하나두 없습니다.
오히려 지금 이 세상에, 이곳에 살고 있는거,
한마디루 우리 모두 봉잡은 겁니다!
님은 제 괴변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직 살아계시다면 답변을 듣구 싶군요.
혼자 긍정적인 생각하기가 힘드시면
가까운 노동부에 찾아가보십시오.
거긴 실업자를 위한 교육 시스템이 있습니다.
인간많아 기다려야 한대두 한번 신청해서 들어보십시오.
단 몇 일이래두 긍정적인 말하는 사람들 만나면
훨씬 나을지도 모릅니다.
저두 그거 들어봤습니다, 도움은 별로 안됐지만 그래도 안한 것보단 낫더군요.
님두 아직 미혼이신 거 같은데
그렇다면 좀 나으신 편인 겁니다.
눈 앞에서 어린 자식이 배고프다구 빽빽 울어보십시오.
칼 들고 나가서 강도짓이라두 할 지 누가 압니까.
어린 자식을 보육 시설에 맡기구
서울역에서 노숙자 생활하시는 분두 있습니다.
제발 위보다 아래를 보십시오.
님보다 더 최악이지만 자기 목숨줄갖구 함부로 생각 안합니다.
무종교이신 분들, 지옥이 따로있겠냐 사는게 지옥이지 -그러십니다.
불교에선 사해란 말두 있다지요.
어느 산부인과 의사는, 뱃속 태아두 스트레스 받으면 탯줄로 목매 자살하려구 한다더군요.
숨이 붙어있는 순간부터 사는 게 결코 만만치 않은 거 누구나 마찬가지일겁니다.
그래두 어쩝니까, 태어난 게 팔자구 운명인걸.
 |
|
|
|
: 신문 배달, 그 추억
: 면접보러오라는데...웅진코웨이개발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