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에 한이 많은 저로서는 <면접을 다녀와서>란에 쓸 말이 정말 많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면접 실패의 비애. 이 자리를 빌어 토로하고 싶습니다.
적어도 저의 20대는 언론사 시험! 이 하나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저의 전 생활을 여기에 집중했고 다른- 연애, 여가생활 - 것은 부차적인 것으로 미루었습니다(한심하군)
제가 주로 본 시험은 신문, 방송사였고 면접만 열댓번 본 것 같네요
그냥 쉽게 보는 면접이 아니라 10대1 많게는 30대1이 넘는 필기시험을 통과한 후 보는 면접이라 저에겐 각별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면접에 대해 전 아주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제자신, 말은 썩 잘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성실하고 차분한, 그리 나쁜 인상이 아니기에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 주면 될뿐이라고. 또 제 실력을 믿었고. 그러나...
KBS 면접의 경우 1명이 들어가 면접관6~7명이 질문하는 방식이었습니다
95년 대학 4학년때 KBS 지방국PD로 응시했는데 면접경쟁률 4대1. 남북관계와 조선일보를 얘기했는데 조선일보를 약간 안 좋게 평가한게 감점이 된 거 같습니다. 여하튼 좀 떨었던 것 같고 결론은 낙방이었습니다.
96년 다시 KBS 지방국PD면접. 면접관은 개인신상을 물어보며 부모님이 농사지으시는 가운데 어렵게 공부했겠다며 기특하다는 투로 흘러 이번엔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중국에 관심이 많아 펄벅의 <대지>, <중국의 붉은별>(!)같은 책을 읽었다고 했더니 면접관의 얼굴이 흐려지는 것이었습니다. <중국의 붉은별>. 에드가 스노우가 쓴 중국공산당 대장정에 관한 책인데 단지 난 재미있게 읽었다는 의미로 얘기한건데 면접관은 절 완전 빨갱이로 보는 듯 했습니다. 왜 하필 그 책을 얘기했는지. 난 데모할 때 돌 몇 번 던져본적은 있지만 운동권조직이라곤 근처에 가보지도 않았는데(다만 시대를 걱정하는 청년학도였을 뿐)
이 한마디의 실수로 면접은 찬물을 끼얹고 전 제꿈 PD가 되는데 가장 근접한 기회를 놓치고 낙방의 아픔을 또다시 겪어야 했습니다.
96년말 있은 KBS본사 PD면접에선 너무 긴장해서인지 말을 잘 못한 것 같고 자기소개해보라는데도 더듬대서...탈락(면접경쟁률 2대1밖에 안됐는데)
그 이후 97, 98년은 IMF의 긴 터널을 지나야 했죠
99년 시험에선 도저히 PD가 안될 것 같아 기자로 지망해서 시험을 봤습니다. 무난히 필기를 통과하고 카메라테스트 리포팅에서 한두마디 실수한게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KBS는 시험이 대체로 공정하고 또 정권도 바뀌었으니 지역차별도 없을 것 같아 이번엔 될 것 같다는 기대를 가지고 면접에 임했습니다. 그런데 들어가자마자 면접관 첫 질문이 "전엔 PD지원했는데 이번엔 왜 기자로 지원했나, 혹시 PD로 해서 안되니까 기자로 지원한거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3년전 일을 어떻게 알고 질문하는지... 전 뜻밖의 질문에 경악했고 그건 아니고 기자가 더 적성에 맞다고 생각되어 지원하게 되었다고 말하긴 했지만 웬지 분위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뒤 질문은 그런대로 답변하긴 했지만 결과는 낙방!
제일 가고싶었던 곳이 KBS PD였는데 저의 꿈은 이렇게 무참히 깨졌습니다. 같이 면접본 많은 사람들이 TV에 등장하는 모습을 안타깝게 보아야 했고.
MBC는 실무면접만 4번 봤습니다 96년기자, 97년PD, 98년PD, 99년기자 보는 시험마다 필기를 통과한 것도 희안하지만 본 실무면접마다 족족 떨어진 것도 참 희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98년도 시험에선 원서접수를 친구녀석에게 대신 부탁했는데 접수를 잘못해서 기자직으로 쓴 원서를 PD직으로 접수해서(우째 이런일이!) 필기시험당일 우왕좌왕하다 겨우 시험 치뤘습니다. 그런데도 필기를 통과, 실무면접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상황이 가관이었습니다. 면접관이 제 자기소개서를 읽고 자기소개서엔 기자 되고 싶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거냐 하니 (정말 저로서도 할 말이 없었지만) 사실 PD를 하고 싶었고 기자나 PD나 다 잘 할 자신있다고 말하긴 했지만 어쩐지 궁색했죠. 결과는 낙방.
그밖에 97년 세계일보 면접에서는 남북관계에서 균형감각을 얘기하다 낙방- 세계일보는 보수적인데 균형감각을 말한 제가 잘못한 것같아요
방송광고공사 면접에서는 공익광고 얘기를 했는데 공익광고보다는 영업에 관심있는 면접위원에게 어필을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남들이 명문사립이라고하는 대학 나왔고 시험공부도 열심히 했고 키,외모 어느면에서나 내가 상품가치로 볼 때 그리 떨어진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면접결과로만 보면 전 영 상품가치가 없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데....
지나간 면접을 돌이켜보면 언론사라고 해도 그렇게 전문적인 질문도 없었고 그냥 신상에 관한 내용이나 내가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게 어떤 변별력이 있는지 의심스럽기만 합니다. 내가 대답할 수 없는 어려운 질문이라 내가 쩔쩔맸다면 모를까 그런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남들은 면접에서 재치있게 대답해서 합격했다고 자랑삼아 얘기를 할 때마다 전 억장이 무너지곤 합니다.
전 그런 재치가 정말 없는지, 나 나름대로는 성심을 다해 답변했는데 결과가 왜 이 모양인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네요. 위 내용처럼 어이없는 경우도 있었지만 나머진 대체로 무난하게 면접에 임했는데...
나름대로 면접 실패원인을 분석해보면
1) 난 실력이 있는데 나를 뽑는건 당연한거 아니냐 하는 자만심에 면접준비에 마음가짐을 소홀히 한것같고
2) 약간 내성적인 성격이 일반사기업이면 이해되지만 언론사에서 볼때는 핸디캡으로 보이거나 크게 어필을 못했던거 같고
3) 농촌출신에다 집안 별거없고 백그라운드 전무하고
4) 시골출신이라 사투리가 문제되었을 수도(내 생각엔 문제가 될 정도는 전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5) 필기성적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영어(토익)점수가 탁월하지 못해서 최종점수 합산과정에서 안되었을 수도 있고
그렇긴 해도 열댓번의 면접에서 한번도 안됐다는건 정말 스스로 납득이 안되는군요
남에게 얘기하면 저만 바보취급해서 혼자 속앓이만 앓아왔는데 이런 자리를 빌어 얘기할 수 있어 좋군요
이런 저의 모습에 다른 분의 의견도 듣고 싶네요
아직까지 제가 도전해볼 수 있는 기회는 한두번 더 있을 것도 같은데...
yhy@sosfo.or.kr로 격의없는 의견 주신다면 저에게 큰 도움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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